인구 고령화, 경기침체로 중고 다이아몬드 매물로 쏟아져 나와...인도·홍콩에 수출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에서 장롱 속에 처박혀 있던 다이아몬드 장신구를 내다 파는 이들이 늘고 있다.
1980~1990년대 일본에서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와 귀걸이는 일종의 럭셔리 패션이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와 경기침체로 고급 장신구 열풍이 식어버렸다. 최근 재무성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세계 제2의 다이아몬드 수입국이었던 일본의 올해 중고 다이아몬드 수출 물량은 77% 급증했다.
총무성 통계국에 따르면 1990년 일본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했던 66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13년 25%로 늘었다. 일부 노인은 불필요한 것을 처분해 현금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에 대해 좀더 단순한 삶을 살기 위해 끊고 버리고 정리하는 '단샤리(斷捨離)'라고 부른다.
일본리주얼리협의회의 다카무라 슈조(高村秀三) 전무이사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일부 노인의 경우 '슈카쓰(終活)'의 일환으로 장롱 속 귀금속과 다이아몬드를 내다 판다"고 설명했다. 슈카쓰란 '임종을 준비하는 활동'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중고품 시장 규모는 2009년 이래 10% 확대돼 1조5000억엔(약 13조4200억원)에 이르렀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귀금속ㆍ장신구ㆍ의류 등 인가 받은 중고품 거래상이 23% 늘어 74만1045곳을 기록했다.
해외 수입상들이 일본의 중고 다이아몬드와 고급 장신구에 관심 갖는 것은 엔화 약세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2개월 사이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18% 하락했다.
지난 1~4월 일본의 중고 다이아몬드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 3만8032캐럿에 이르렀다. 2007년 이래 최대 규모다. 돈으로 환산한 가치는 배가 돼 30억1000만엔을 기록했다. 일본의 중고 다이아몬드를 가장 많이 사 가는 나라는 인도와 홍콩이다. 인도와 홍콩은 전체 물량 가운데 각각 3분의 1을 수입한다.
일본이 수출한 중고 다이아몬드는 홍콩ㆍ이스라엘ㆍ인도에서 재가공돼 다시 세계 소비자들에게 팔린다. 일본의 중고 다이아몬드는 크기가 크고 투명도가 높아 해외 시장에서 환영 받는다. 중고 다이아몬드 입찰이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도쿄(東京) 오카치마치(御徒町)에는 해외 업체 등 40~60개사가 몰려들 정도다.
한 달에 4번 정도 오카치마치에서 중고 다이아몬드를 구매하는 인도의 다이아몬드 거래상 바이바브 반다리는 "전문가도 재가공된 다이아몬드가 새 것인지 중고인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판매업체인 드비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다이아몬드 시장은 미국 다음으로 급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세계 2위였던 일본의 다이아몬드 시장은 미국ㆍ중국ㆍ인도에 이어 세계 4위로 위축됐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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