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A 비과세 한도 年 100만엔 탓에 기업들 액면분할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액면분할에 나서는 일본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일본 기업들이 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가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주간 15개 기업이 액면분할을 발표하면서 올해 액면분할을 발표한 일본 기업 숫자는 132개로 늘었다. 올해 연말까지는 지난해 198개의 역대 최다 기록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액면분할을 발표하는 기업이 190개 정도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현재 18년만의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일본 대표 기업들의 주가도 그만큼 높아졌다. 이에 기업들이 실탄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액면분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3년 일본 정부가 주식 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자금을 끌어들이려면 기업들에 액면분할이 필수가 되고 있다.
일본은 NISA를 도입하면서 5년간 금융상품에 투자할 경우 배당과 자본이익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제도가 도입될 당시 골드만삭스는 2018년까지 최대 68조엔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NISA에는 맹점이 하나 있는데 매년 투자 한도가 100만엔으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일본 주식의 매매단위는 종목별로 100주, 500주, 1000주 등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이 1000주다. 즉 주가가 1000엔이 넘으면 최소 매매금액이 100만엔이 넘어 NISA를 통한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100만엔 한도 때문에 NISA를 통해 거래가 불가능한 종목은 현재 125개가 넘는다. 또 70만~90만엔선에 걸려있는 종목도 수 백개다. 이에 기업들은 25만~50만엔 수준까지 최소 거래대금을 낮추기 위해 액면분할에 나서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MK 시스템은 5대1 액면분할을 통해 최소 매매금액을 150만엔에서 30만엔으로 낮춘 후 주가가 25% 올랐다. 실제 액면분할을 실시한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상승세를 나타냈다.
액면분할이 늘면서 지난해 말 820만개였던 NISA 계좌 수도 3월 말 기준 880만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NISA에 유입된 예금액도 3조엔에서 4조4000억엔으로 급증했다.
미즈호 은행의 시오노 마사코 대변인은 "NISA 계좌 증가 속도가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사람들은 주식에 익숙치 않다"며 "젊은이들 중에는 처음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CLSA의 니콜라스 스미스 투자전략가에 따르면 1949년에는 일본 주식시장에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69%였는데 지금은 17%에 불과하다. 주식을 한 번이라도 소유했던 일본 성인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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