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주주권 사용, 미국도 차등 의결권 허용"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25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엘리엇 매지니먼트(이하 엘리엇)와의 분쟁에 대해 "이번 사건은 '국익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토론회에 앞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우리나라의 최대 기업이 걸린 문제인 데다 여기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은 단순 개인뿐 아니라 국민연금 등 국내 여러 기관도 포함돼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은 국익 차원에서 정책적인 함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과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정책 담당자들이 국제 금융자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다"며 "당시에 한국 자본시장 정책이 굉장히 많은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현행 상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1주1의결권' 원칙을 언급하며 "주주권 사용에 있어서 미국도 차등 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국민연금을 향해서는 "국민연금이 지금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과연 할 일인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미국계 헤지펀드사 엘리엇을 향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해 '대중의 이익'인 양 포장하지만 특정 집단의 이익으로 사용되는 포퓰리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물산이 합병발표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엘리엇의 관련 문의에 대해 '합병계획이 없다'고 답변한 데 대해서도 "현행법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주식시장에 공개하기 전에 특정인에게 정보를 주면 걸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엘리엇 측 주장에 대해서는 "제일모직은 자산은 별로 없지만 대 삼성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며 "어느 기업이건 경영권 프리미엄은 다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며 "예전엔 비자금이나 기업회계 측면에서 그런(주가 조작) 여지가 있었을지 몰라도, 현재 주가가 고평가 혹은 저평가됐다는 주장을 대체 무슨 근거로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그렇다고 하면 거래한 당사자를 찾아내 조작했다는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발제를 맡은 신 교수를 비롯해 오정근 건국대 교수,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하고가 교수,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등이 참석해 토론을 펼쳤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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