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신규 확진자들의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사례가 늘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발표한 신규 확진자 4명 전원이 잠복기가 지나서 확진되거나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
특히 178번 환자(29)는 감염의 매개체는 물론 감염시기도 오리무중이다. 178번은 지난달 29일~지난 6일까지 경기도 평택박애병원에 입원했던 환자의 아들이다.
평택박애병원은 메르스 발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이 지난달 29일 자진 폐쇄하면서 이 병원 환자들이 옮긴 병원 중 하나다. 53번 환자(51)가 지난달 31일 이 병원 응급실을 경유했고, 178번 환자의 부친도 평택성모병원에서 머물다 평택박애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보건당국은 전했다.
137번도 부친을 간호하기 위해 평택성모병원과 평택박애병원에 머물었지만, 이 환자의 부친은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두개의 병원에서 노출됐기 때문에 평택에 직접 역학조사관이 나가 조사한 결과가 나와야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알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평택 경찰관인 119번 환자(35)도 지난 달 31일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에 들러 53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두 환자의 출입기록이 20분 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178번 환자는 지난달 29~30일까지 삼성병원 응급실에 머물며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환자는 지난 18일 결핵 진단을 받은 뒤 22일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됐다. 잠복기를 9일이나 넘겨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176번 환자(51)도 지난 6일 건국대병원에 입원한 76번 환자와 접촉한 감염된 사례로 추정돼 바이러스에 노출된지 18일만에 확진된 사례다.
179번째 환자(54·여)는 강릉의료원 간호사로 96번 확진자(42·여)와 97번 확진자(46), 132번 확진자(55)의 이송에 참여했다. 당시 179번은 레벨D~레벨C의 개인보호구를 착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센터장은 "5시간 가량 노출이 있었는데 혼자 옷을 입고 벗는 과정에서 노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확진된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삼성병원의 174번 환자는 지난 4일, 6일, 9일 이 병원에 내원했다 감염됐지만 감염경로는 미궁이다. 이 병원의 175번 환자는 평택굿모닝병원에서 노출된 118번 환자의 가족으로 가족내 감염이 의심된다.
삼성병원의 166번 환자(79)와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 환자인 165번 환자(62)도 확진자로 지목된 감염원과 접촉 가능성이 낮다.
이처럼 통제에서 벗어난 감염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지역사회 감염의 전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통제범위 밖에서 감염환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가족내 감염이 일어났다는 것은 지역사회 감염의 단계에 접어들 위기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되면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돼야 하고, 생활수칙도 바뀌어야 하는 만큼 앞으로 며칠 감염의 양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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