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경제계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불황을 조기에 차단하고 하반기 경제제도약을 위해서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필요가 있으며 개별소비세 완화와 문화접대비 특례한도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또한 메르스 불황 조기차단을 위해 부가가치세 납부 유예, 피해업종 세무조사 유예 등 세정(稅政)지원이 필요하고 메르스사태에서 드러난 낙후된 의료산업 등 서비스산업 개혁을 위해 의료법인 영리화와 의료호텔업, 의료관광업의 규제개선을 주문했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정부의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이런 내용을 담은 '3대 부문 10개 경제정책과제 제언문'을 발표했다. 상의는 "메르스 사태로 인한 내수 위축에다 글로벌 경기침체, 엔저영향으로 수출까지 감소하며 상반기 성장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성장 경로상 정상궤도 진입도 늦어지고 있다"며 "최근 한국경제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에 서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상의는 이에 따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수립에 있어 ▲메르스 불황 조기차단과 경기정상화를 위한 역량 집중 ▲낙후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및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 ▲다양한 리스크 상황 가정한 컨틴전시플랜 수립 등 3대 부문 10개 정책과제를 건의했다.
먼저 상의는 메르스 불황 조기차단을 위해 정부가 이미 발표한 관광, 여행, 외식 등 피해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추가적으로 부가가치세 납부 유예, 피해업종 세무조사 유예 등 세정지원도 보강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어 메르스로 인해 연기된 행사, 소비활동 등이 하반기에 되살아날 수 있도록 개별소비세 완화, 문화접대비 특례범위 및 한도 확대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산업의 경우 양적으로는 성장했으나 질적으로 미약하다고 평가하고 메르스 사태로 더욱 위축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관광에 대한 대대적인 프로모션 시행과 면세품 세관신고 및 환급절차 간소화와 같은 인프라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5개월 연속 급락하고 있는 수출활성화 대책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다자간 협상 추진을 통해 수출기회를 확보하고 환리스크 관리를 위한 환변동보험, 선물환거래 활성화, 해외무역거래시 미결제 위험회피를 위한 수출금융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수출경쟁력 제고와 해외 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해 해외투자에 대한 국제적 이중과세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의서는 이번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낙후된 의료산업 등 서비스산업의 대대적인 개혁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상의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이 한국에서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된 원인중 하나로 병실, 응급실의 밀도가 매우 높은 점을 밝혔듯이 최고의 의료기술에 못 따라가는 낙후된 의료시스템이 이번 사태를 키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설명했다.
건의서는 "의료분야는 경쟁력이 높고 고용창출효과도 큰 미래유망 산업중 하나이나 규제에 막혀 선진화가 더딘 측면이 있어 개발물꼬를 터주어야 한다"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 허용, 의료호텔업 설치기준 완화, 의료관광 저해규제 개선" 등을 요청했다.
상의는 규제개혁, 노동개혁, 사업재편지원제도 조속 도입 등 기업관련 제도의 구조개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의 상시적 사업재편과 혁신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을 조속히 입법하고, 기업구조조정 제도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금년 말 만료예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상시화해줄 것을 건의했다.
상의 정책자문단 소속인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우리경제가 낮은 성장세에 그치고 있는 것은 경제의 전반적인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라며 "적극적인 경기대책과 함께 실효성 있는 구조개혁이 실행되지 못할 경우 한국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보건ㆍ안전 등 리스크와 미국 금리인상, 중국경제 둔화, 원화강세, 유가불안정 등 경제위험 요인을 철저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컨틴전시플랜(contingency plan) 수립도 주문했다.
추경편성과 관련해서는 "하반기 우리경제는 내수활성화를 위한 추경편성과 조기집행이 필요하다"면서 "경기 위축이 더 심화되기 전에 정부가 시장에 확고한 긍정적 신호를 주고 경제심리가 안정될 수 있도록 충분한 규모의 추경이 편성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어느 때 보다 불확실성이 높고 미끄러운 경사면에 서 있는 상황과 같은데 아이젠을 활용해서 하방리스크를 줄이고 차근차근 올라서는 정책대응이 중요한 시기다"라며 "불확실성에 대한 경기대응력을 높이고 성장잠재력 확충과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