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석상에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물론 대국민 사과를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 역시 2008년 특검 당시 사과한 사례는 있지만, 그룹 현안을 놓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적은 없다.
이 부회장은 23일 오전 11시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와 함께 그룹 차원의 지원 대책을 밝혔다. 그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약 3분간 입장을 밝혔고 별도 질의응답은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 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고 말할 때는 생각에 젖어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삼성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산하 삼성서울병원에서 슈퍼전파자가 나와 메르스 2차 유행의 진앙이 됐고 급기야 병원 부분 폐쇄에까지 이르자 관련 대책을 논의해 왔다.
당초 삼성그룹은 특정 사건이 발생할 경우 각 계열사 CEO가 입장을 밝혀 왔다.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서 입장을 밝히는 경우는 이건희 회장을 제외하고는 드물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사안이 중대하고 시급한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최근 삼성그룹이 조직을 개편하고, 후계 구도를 강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와중에 나타난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한편 삼성 사장단은 최근 수요사장단회의에서 메르스 사태의 빠른 수습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은 물론 그룹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원하자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8일 메르스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삼성서울병원 내 민관합동메르스대책본부를 찾아 메르스 확산을 제대로 방지하지 못한 점과 병원 소속 의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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