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베를린 필하모니 차기 수석지휘자에 키릴 페트렌코(43) 바이에른국립오페라 음악총감독이 선출됐다. 독일 매체들의 2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날 단원 투표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았고, 페트렌코가 이날 그 뜻을 수렴했다. 2018년 계약이 끝나는 사이먼 래틀(60) 현 수석지휘자의 뒤를 이을 예정이다. 첫 러시아 출신이자 최초의 유대계로 자리에 오른 그는 “몇 가지 단어로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만족과 큰 기쁨에서부터 경외심과 의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섞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감과 높은 기대를 잘 알고 있다”며 “이 각별한 오케스트라가 가치 있는 선도자로 계속 존재할 수 있게끔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난상 토론 끝에 선출에 이르지 못한 지난달 11일만 해도 페트렌코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베를린 필하모니 연주회를 지휘하려다가 막판에 취소한 것을 두고 오히려 자리에서 멀어졌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다수 클래식 전문가들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영국 시티 오브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겸임 중인 라트비아 출신의 안드리스 넬손스(37)와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음악감독인 크리스티안 틸레만(56)에 더 많은 무게를 뒀다. 그러나 판세는 뒤집혔고 단원들의 추천과 투표라는 전통 방식을 통해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예비 황제로 급부상했다. 앞서 베를린 필하모니를 지휘한 거장으로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이 있다.
1972년 바이올리니스트 아버지와 음악학 연구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페트렌코는 11세에 피아니스트로 데뷔했다. 1999~2002년 마이닝겐 극장의 음악감독을 지냈고, 2001년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를 지휘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 뒤 빈 국립오페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 파리 국립오페라, 로열오페라하우스 코벤트가든,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등에서 국제적 경력과 명성을 쌓은 그는 이미 세 차례(2006년ㆍ2009년ㆍ2012년) 객원 지휘자로 베를린 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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