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빌어먹을. 클래식 엘리트들의 속물근성은 여전하다니까.”
발매 일주일 만에 영국 종합앨범 차트 32위에 오르고도 불만을 나타낸다. 영국 록그룹 더 후(The Who)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피트 타운센드(70)다. 더 후의 ‘Quadrophenia(1973)’를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연주해 재출시한 ‘Pete Townshend's Classic Quadrophenia’가 클래식 차트 진입에 실패했다. 차트를 집계하는 오피셜 차트 컴퍼니가 원곡이 록 오페라의 색깔을 띤다는 이유로 장르를 클래식으로 묶지 않았다.
풀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된 ‘Pete Townshend's Classic Quadrophenia’는 클래식의 색깔이 농후하다. 레미레자블 25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장발장’을 연기했던 성악가 겸 뮤지컬배우 알피 보(42)와 1980년대의 아이콘인 빌리 아이돌,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90여명 등이 앨범에 참여해 원곡에 교향양적 조화와 웅장함을 더했다. 타운센드는 보컬과 기타로 참여했다. 영국의 더 선 매거진은 “더 후의 오리지널 곡이 가진 파워와 장엄함을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그대로 재연했다”고 했다.
그러나 오피셜 차트 컴퍼니는 “‘Pete Townshend's Classic Quadrophenia’는 클래식 스타일로 녹음한 현대앨범에 해당한다”면서 “클래식 차트에 속하는 앨범은 클래식 작곡가가 제작했거나 클래식의 틀, 표현방식 등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타운센드는 “요즘 젊은이들이 부드러운 영화음악을 선호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며 “이번 앨범은 다시 많은 이들을 오케스트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클래식으로 편곡한 앨범이 영국 클래식 차트에 이름을 올린 사례는 ‘The Queen Symphony’가 유일하다. 당시 앨범은 클래식 작곡가 톨가 카쉬프(53)가 로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제작했다. 카쉬프는 2008년 ‘The Great 2008 Seotaiji Symphony’에서 서태지(43)와 함께 공연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음악감독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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