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주 대내외 각종 이벤트가 무사히 넘어갔지만 증시는 큰 반등을 보여주진 못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 이어지며 상승세에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 8일 이후 코스피시장에서 1조5000억원 이상의 매도세를 보이며 반등 분위기를 꺾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안감에서 증시가 다소 벗어났지만 그리스 사태의 추이가 불확실성을 크게 키우면서 외국인 매도세를 이끌고 있다고 짚었다. 22일(현지시간) 유로존 긴급 정상회담과 25일 예정된 유로존 정상회담 등 회의 일정이 앞으로 두번 정도 남아있지만 그리스 사태가 최악의 경우로 치달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만큼 외국인의 추가 매도에 대비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코스피의 분위기 반전에도 시장에 대한 믿음은 아직 강하지 못하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쿼드러플 위칭데이,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굵직한 대내외 이벤트를 모두 넘겼지만 외국인 매도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현물매도 압력이 만만치 않다. 6월 둘째주 외국인이 17주만에 순매도 전환한데 이어 2주 연속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매도 규모도 지난주보다 커졌다. 문제는 프로그램 매도다. 선물베이시스가 0선에서 등락 중인데 선물 베이시스 개선 여부는 투자심리 변화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가늠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리스다. 그리스 채무협상 과정이 파행으로 치달으며 그렉시트(Grexit)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그리스 10년 국채금리는 다시 13%를 넘나들며 그리스 주가지수는 2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예금인출사태(뱅크런)에 직면한 그리스 은행에 대해 긴급자금지원(ELA)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또한 21일(현지시간) 그리스는 중도파 주도로 새 예산안을 작성하고 합의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2일과 25~26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외국인 투자심리 방향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완전 타결은 아니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나온다면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최근 외국인의 매도를 촉발한 주 요인 중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그리스 문제다. 지난달까지만해도 그리스문제는 찻잔 속의 태풍 정도의 인식이었지만 최근 유럽증시가 그리스문제에 부담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는 모습이 표출되고 있다.
이달들어 유로존주가(Stoxx50)과 그리스 국채금리간 상관계수는 -0.83으로 그리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유럽증시를 크게 좌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나라 외국인 수급도 거래비중 가운데 57.1%가 영국을 포함한 유럽계 자금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불확실성을 충분히 반영할 여지가 있는 구조고 실제 외국인 자금흐름은 그리스에 대한 우려와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단기적 영향력 외에 한가지 기억해야할 부분은 그리스 문제 확산에도 과거 2010년대 초반과 같은 유로존 금융시장의 혼란이 야기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 내 금융안정화 프로그램이 충분히 가동 중이고 민간부분에 대한 그리스 부채노출 정도가 크지 않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만약의 경우에도 본질적으로 이와같은 전제조건들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정책모멘텀으로 추가경정예산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정부측에서 아직 추경을 완전히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추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고 가능성보다는 규모가 문제라는 인식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미 추가적으로 발생한 경기위축 가능성에 대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상황에서 충분한 규모의 추경이 이어진다면 외국인 움직임에도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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