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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 이슈정리]朴대통령, 23일 국무회의서 국회법 거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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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정부가 만든 시행령 등이 국회가 의결한 상위 법률의 취지에서 벗어날 경우 국회가 정부에 시행령 등의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태세다.


그렇게 되면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간다.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다시 찬반을 따져보게 된다. 이미 압도적 표 차이로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생각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면 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이 법률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무관하게 확정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무회의에서 결정된다. 현재 시한까지 예정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는 23일과 30일 두 번 있다. 박 대통령은 두 날 중 하루를 택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원샷 이슈정리]朴대통령, 23일 국무회의서 국회법 거부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을 방문,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과 메르스 방역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제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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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이냐 30일이냐.. 관건은 메르스? =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통령, 재의결로 대통령을 무력화 시키는 국회, 양 쪽 다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일단 박 대통령에게는 국회법 개정안 수용을 제외하고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려보내거나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거부권 행사가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문제는 국회에서 재의결을 통해 법률을 시행해버리면 박 대통령은 얻은 것 없이 정치적 타격만 입게 된다는 것이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박근혜정부는 국회권력에 밀려 레임덕에 급속히 빠질 가능성이 높다.


즉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재의결 되지 않게 만들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찬성 211명, 반대 11명, 기권 22명으로 가결된 법안이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상당수 찬성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생각을 변화시켜 재의결 때 법안을 부결시킬 자신이 있어야 거부권을 던질 수 있다. 친박 의원들의 결집(애초 찬성했던 친박 의원들이 재의결에선 반대표를 던지는)에 총력을 기울인 뒤 표 계산을 해보고 거부권 행사를 감행하는 수순을 박 대통령은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재의결로 통과된다면, 대통령의 뜻이 여당내에서조차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고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된다. 박 대통령의 탈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박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국회가 재의결을 포기토록 압박하는 방법이다. 압박 대상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지도부다. 김 대표는 이미 반쯤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애초 "위헌 소지가 없기 때문에 야당과 합의했다"는 쪽이었지만 최근 들어 스탠스를 바꾸는 모습이다. 그는 19일 "정부에서 입장을 취하면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결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법률 질서를 정상화하는 이 작업의 정당함과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19일 같은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로 곤혹스러운 심정을 대신했다. 청와대의 기세와 김 대표의 스탠스 변화가 그를 코너로 모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압박에 새누리당이 법률 재의결을 포기하면, 야당 혼자의 힘으론 역부족이기 때문에 국회로 돌아온 법률은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이미 정의화 국회의장은 "거부권 행사로 법률이 돌아오면 헌법에 따라 재의결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재의결 포기 과정에서 새누리당 내부의 상당한 혼란과 갈등이 불가피해진다.


관건은 여론의 향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대통령의 뜻이라 해도 내년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이 민심을 거스르는 데는 큰 정치적 부담이 있다. 야당은 곧바로 '합의 폐기'를 비판하고 나설 것이기 때문에, 정국은 경색되고 정부의 정책 실현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기는 23일보다는 30일이 더 유력해 보인다. 현재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9%를 찍어 30%대가 무너진 상태다(19일 한국갤럽). 월말까지 메르스가 잠잠해지고 지지율이 회복되는 시점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것이다. 반면 오히려 메르스 확산이 심해진다면 박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자체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로 넘겨 시간 끌 가능성도 = 대통령 입장에서 상황이 어려워진다면 거부권보다는 헌법재판소 쪽으로 눈길을 돌릴 유인이 생긴다.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 정신을 위배하는가(위헌인가)를 따져달라고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것인데,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시간 걸린다. 그 사이 심판 대상이 되는 국회법 개정안의 효력은 정지되기 때문에 일단 시간은 벌 수 있다. 누구도 다치지 않는 절충수지만, 정치적으로 근원적 해법을 뒤로 미루는 결정일 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행정부의 입법권한을 국회가 더 강하게 제한,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이런 취지의 법 개정에 박 대통령도 사실 찬성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 초선 의원 시절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1998년, 지금의 국회법 개정안과 같은 취지의 법안에 서명한 적이 있다. 이 법은 2000년 5월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7년이 지나 야당 의원에서 대통령으로 입장이 바뀌자 '위헌'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모순적 행태란 비판이 있다.


국회가 법을 제정하고 정부가 그 아래 시행령을 만들어 집행하는 현 시스템에서, 시행령은 당연히 상위 법률의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통과가 불필요하다는 '편리함'을 이용해 시행령 제정을 남발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 편의적 발상일 수 있다.


즉 정부 '마음대로' 시행령을 만드는 행태를 고쳐보겠다는 게 새 국회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다. 지금까지 국회는 정부의 그런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한국 행정부(관료사회)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세다는 지적은 이런 맥락에서 오래된 논쟁거리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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