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영국을 방문한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사진)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슐츠 의장은 캐머런 총리에게 유럽연합(EU)을 떠나겠다고 위협하며 공갈(blackmailing)치는 것을 그만두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슐츠는 영국 국민투표에서 EU 탈퇴에 찬성이 나올지 반대가 나올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이 탈퇴할 것이라며 EU를 위협하는 것은 공갈이라고 지적했다.
슐츠 의장과 캐머런 총리는 이날 조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슐츠 의장은 캐머런이 EU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태도에 항의했다. 영국 의원들이 EU 반대와 관련해 말만 번지르르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캐머런 총리가 이들을 대변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캐머런 총리에게 거꾸로 EU 체제의 장점이 많다는 점을 대중들에게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회동 후 슐츠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영국과 다른 EU 회원국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또 EU 조약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 다른 국가들은 별로 호응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최근 영국에서 이민자에 대한 불만이 쌓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민은 두 가지 형태라는 점을 강조하며 영국인들도 다른 유럽 국가에 나가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슐츠에 따르면 200만명 이상의 영국인이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국가에서 살고 있으며 특히 스페인에만 80만명의 영국인이 있다.
슐츠는 영국이 이민자를 제한하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면 스페인과 같은 다른 유럽 국가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에게 보복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며 이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사회복지 혜택도 제재를 받아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슐츠는 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잘못됐다고 말하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사실인양 믿게 된다며 이 때문에 분노가 확산되고 여러 사람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슐츠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한 시간이 넘는 조찬 회동에서 자유롭고 진솔한 대화가 있었다고만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오찬은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와 함께 했는데 케니 총리는 EU와 협상을 원하는 영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니 총리는 맹목적으로 모든 문제에서 영국을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영국이 EU의 미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국을 최대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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