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이 어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2.8%로 크게 낮췄다. 정부기관이나 주요 연구기관 중에서 2%대 성장률 전망이 나온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성장률이 2013년 2.9%에서 2014년 3.3%로 회복한 지 한 해 만에 다시 2%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 전망대로라면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사실 예상돼 왔던 일이다. 경제에 대해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초 전망이 얼마든지 빗나갈 수도 있다. 금융연구원이 성장률 전망을 낮춘 배경으로 꼽은 것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다. 작년 하반기에 올해 전망치를 내놓을 때 추정했던 것만큼 호전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라는 돌발변수까지 발생했다. 그럼에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거의 1% 포인트나 낮춘 것은 답답한 경제 현실을 새삼 실감케 한다.
그러나 더욱 답답한 것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것 자체가 아니다. 우리는 과연 책임 있는 경제 주체들이 경제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최대의 역량을 발휘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혹 지금의 경제침체는 어쩔 수가 없다는 식의 무기력증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번의 2%대 성장률 전망치가 결코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굳히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위기감을 갖고 자기무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이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성장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경제회복 의지를 새롭게 다지는 심기일전의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책 당국이 좀 더 신속하고 과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달 중으로 마련하겠다고 한 하반기 경제운용안부터 조기에 확정지을 필요가 있다. 지금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선제적인 정책의 돌파력이 필요한 때다.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도 맞물려 있다. 추경 편성 필요성이 많이 제기되고 있고, 정부 내에서도 사실상 편성 방침이 결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좀 더 기민하게 편성 방향을 정하고 예산안을 짜야 한다. 국회에서도 추경안이 넘어올 것에 대비해 신속한 처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은 비상한 시기라는 긴박감을 갖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믿음직한 경제운용 역량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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