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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침묵 카르텔’…미시마 유키오도 베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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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응준 비판, “신경숙 사건 그냥 넘기면서 한국문단 표절 고질 됐다”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소설가 신경숙이 일본 탐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작품을 비롯해 여러 책의 일부와 몇몇 작품의 모티프를 베꼈지만 이 행위에 대한 응분의 처분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소설가 이응준은 16일 허핑턴포스트 기고에서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한국문단의 ‘뻔뻔한 시치미’와 ‘작당하는 은폐’를 비판했다. 이어 ”2000년 가을 즈음부터 줄줄이 터져 나온 신경숙의 다양한 표절 시비들을 그냥 시비로 넘겨버리면서 이후 한국 문단이 여러 표절 사건을 단호하게 처벌하지 않는 악행을 고질화ㆍ체질화시켰다“고 전했다.

‘신경숙 표절, 침묵 카르텔’…미시마 유키오도 베껴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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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이러한 와중에 자신의 작품을 표절당한 한 신인 소설가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매장당하기까지 한다”며 이런 경우 “한국문단의 어느 문인도 시원스럽게 나서서 입장을 표명해 도와주지 않는다”며 표절에 대한 한국문단의 ‘침묵의 카르텔’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다른 문인의 표절을 적시함으로써 “일종의 내부고발자가 돼버려 자신의 문단생활을 망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한국문학의 표절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치밀하게 진행돼 몽롱하게 마무리된다”고 비꼬았다. “개인적인 표절 말고도, 가령, 거대 출판사의 사장과 편집부가 작가에게 이거 써라 저거 써라 제시하고 조종하다가 유리잔이 엎어져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표절 사건이 터지기도 한다”고 예를 들었다.

다음은 이응준이 재론한 신경숙 표절의 몇 가지 실례다.


#1.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憂國)과 신경숙의 ‘전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


#2. 안승준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서문과 신경숙의 ‘딸기밭’


“귀하./ 저는 이제는 고인이 된 안승준의 아버지입니다. 그의 주소록에서 발견된 많지 않은 수의 친지 명단 가운데 귀하가 포함되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저는 귀하가 저의 아들과 꽤 가까우셨던 한 분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 이미 듣고 계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저는 그의 아버지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이를 관련된 사실들과 함께 귀하께 알려드려야만 할 것 같이 느꼈습니다.” (안창식, 안승준의 부친)


“귀하./ 저는 이제 고인이 된 유의 어머니입니다. 유의 수첩에서 발견된 친구들의 주소록에서 귀하의 이름과 주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귀하의 주소가 상단에 적혀 있었던 걸로 보아 저의 딸과 꽤 가까우셨던 사람이었다고 짐작해봅니다. 귀하께서 이미 알고 계실는지도 모르겠고, 참 늦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마는 그의 어머니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알려드립니다.” (신경숙)


“그는 평소 인간과 자연을 깊이 사랑하였으며, 특히 권위주의의 배격이나 부의 공평한 분배 및 환경보호와 같은 문제들에 관해 다양한 관심과 의식을 가졌습니다.” (안창식)


“저는 평소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인간과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 기아 무제와 부의 공평한 분배, 그리고 환경보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신경숙)


#3.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의 ‘물의 가족’과 신경숙의 ‘작별인사’


“물기척이 심상치 않다.” (마루야마 겐지)
“물마루 기척이 심상치 않아.” (신경숙)
“헤엄치는 자의 기척이 한층 짙어져 오고 있다.”(마루야마 겐지)
“먼데서 나를 데리러 오는 자의 기척이 느껴진다.” (신경숙)


문학평론가 박철화는 1999년 10월 5일 한겨레신문 기고에서 “상징적으로 압축된 잠언투의 표제와 그에 뒤이은 짧거나 긴 서술 단락으로 이루어지는 구조는 두 작품이 동일하다”고 비교했다.


또 “둘 다 죽은 자의 영혼인 작중 화자가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계를 굽어보며 설명하고 묘사하고 회고하는 구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두 작품 모두 사자와 살아있는 자 사이에서 온통 생과 죽음을 가르는, 혹은 그 둘을 잇는 물의 이미지가 출렁이고 있다”고 표절의 근거를 들었다.


#4. 신경숙은 ‘전설’이 실린 소설집의 제목을 ‘오래 전 집을 떠날 때’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바꿔 재출간했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고흐가 그린 그림의 제목이다.


이응준은 “신경숙이 미시마 유키오를 표절한 저 방식으로 다른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 많이 표절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상식적이고도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리한 독서가들 여럿이 작정하고 장기간 들러붙어 신경숙의 모든 소설들을 전수조사(全數調査)해보면 위와 같은 사례들은 얼마든지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응준은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 해외에 알려질 경우’를 상정해보자며 “대한민국의 대표 소설가가 일본 극우 작가의 번역본이나 표절하고 앉아있는 한국 문학의 도덕적 수준”을 우리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설가 이응준 기고 전문

이응준은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 겨울호에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온다’외 9편의 시로 등단했다. 1994년 계간 ‘상상’ 가을호에 단편소설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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