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유럽 에너지 기업들이 유럽연합(EU)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에 구애를 지속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18~20일 열리는 러시아판 다보스포럼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을 앞두고 글로벌 기업, 특히 유럽 에너지 기업들의 러시아 투자가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제재를 결정한 미국과 유럽 정부의 뜻을 받아들여 러시아 기업과 손을 잡지 말자던 지난해 분위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러시아 국유 석유회사 로즈네프트에 7억달러를 투자해 시베리아 타아스-유리아크 유전 지분 20%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계약 마무리 단계로 이번 주 러시아 포럼에서 양측은 계약서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스타토일과 이탈리아 에니도 로즈네프트와 손을 잡고 러시아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스타토일은 올 여름 시베리아 유전 일대에 두 개의 유정 굴착 작업에 나서고 내년 여름 오호츠크해에서 추가로 두 개의 유정 굴착을 진행할 계획이다. 에니도 로즈네프트와 흑해 유전 개발을 지속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계 네덜란드 정유사인 로열더치셸은 러시아 에너지회사 가즈프롬과 유전 개발 합작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러시아 기업과 할 수 있는 또 다른 에너지 프로젝트 진행 허가도 받았다.
FT는 서방국의 러시아 제재가 가동되고 있지만 EU가 러시아 제재 결정 이전에 시작된 기업들의 러시아 협력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허용해 유럽 에너지 기업들이 이를 발판으로 러시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 제재 잣대를 엄격히 적용해 기업들의 기존 러시아 사업 마저 중단시켰다. 미국 엑슨모빌은 로즈네프트와 진행했던 10여건의 협력 사업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제임스 핸더슨 옥스포드 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럽 기업들이 러시아와의 사업을 좀 더 자유롭게 진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러시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유럽 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지속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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