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A 도핑검사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얼굴에 사용한 발모제가 원인으로 추정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축구대표팀에서 하차한 강수일(28·제주)이 12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 훈련복 바지를 입고 착잡한 표정으로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이 많은 기대를 해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힘들게 간 위치에서 실수로 이런 상황이 벌어져 너무 슬프다"고 했다.
강수일은 지난 5월 5일 울산과의 정규리그 홈경기(2-1 제주 승)가 끝난 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도핑 검사를 받았고, 지난 10일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검출된 성분은 메틸테스토스테론.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상시금지약물이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56)이 이를 대표팀에 알려 강수일은 11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친선경기(3-0 승) 명단에서 빠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도핑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는 해당 협회와 산하 클럽의 모든 경기에 참가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강수일은 축구협회에 "콧수염이 나지 않아 지인에게 선물 받은 발모제를 발랐다"고 해명했다. 도핑 검사를 위해 소변을 채취할 때도 "얼굴에 발모제를 일정기간 발랐다"고 신고했다. 그가 사용했다고 진술한 발모제는 연고 형태로 된 의약품으로 인터넷에서도 성분을 쉽게 알 수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주성분이다. 눈썹이나 수염 등 안면 부위나 가슴털을 자라게 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평소 외모와 옷차림에 관심이 많은 강수일이 콧수염을 기를 목적으로 약품을 사용했고, 이것이 피부로 스며들어 소변 검사에서 성분이 검출됐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의 짐작도 다르지 않다. 조성환 제주 감독(45)은 "(강)수일이가 평소 튀는 패션과 외모를 꾸미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강수일은 지난 8일 파주 국가대표 훈련장(NFC)에 들어갈 때도 남다른 옷차림으로 눈길을 끌었다.
약물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실수라고 단정하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강수일은 구단에 의약품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면서 도핑 검사 대상자로 지목된 뒤에는 "발모제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사전에 약품에 든 성분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는 취재진이 양성 반응이 나온 이유를 묻자 잠시 망설인 뒤 "향후 조치와 관련해서는 구단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도핑 검사를 할 때는 소변을 A, B 두 샘플로 나눠 채취한다.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강수일은 오는 19일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B샘플에 대한 분석을 의뢰할 수 있다. 최종 양성 판정이 나오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7일 안에 청문회를 열고 징계를 결정한다. 1차 위반은 열다섯 경기 출장정지, 2차 위반은 1년간 출장정지 징계를 내린다. 3차 위반은 영구 제명이다. 강수일은 "다시 일어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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