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산을 가져온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이 메르스의 이름을 바꾸자는 제안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들이 공포를 많이 느껴서 나라경제가 굉장히 힘든 것 같다"며 "메르스란 공포스러운 말을 우리말로 바꾸면 안 되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냥 메르스라고 하니까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걸리면 다 죽는 것으로 생각해서 (국민들이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경제도 망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정부의 무능으로 국민들이 공포를 느끼게 한 것보다 당장 소비가 위축돼 경제가 힘든 것이 걱정이라는 얘기다. 메르스라는 이름으로 공포가 확산됐으니 이름을 바꾸면 국민들이 생각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것.
이 의원은 대안도 제시했다. "신종변형감기 정도로 (질병 이름을 바꿔) 우리 국민들이 겁을 덜 내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신종병기'로도 들리는 '신종변형감기'로 부르면 국민들이 겁을 덜 낼 것이라고 한다.
이 의원은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263명이 사망했지만 그때도 이렇게 난리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실제로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신종플루나 독감보다 적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개명을 통해 이미지를 세탁할 수 있다는 이 의원의 발상이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 의원이 속한 새누리당은 민정당에서 민자당으로, 민자당이 신한국당으로,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불리할 때마다 당명을 줄기차게 바꿨다.
이 의원은 또 "국민을 이렇게 공포로 몰아치지 않는 정부 당국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국민이 공포심에 빠지지 않게 하는 대안은 정부 당국이 아니라 엉뚱한 인물이 내놨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 이름도 무서워요. 바꿔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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