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다빈치의 황금비율 가장 안정적이고 편안해보여
-표지 디자인 소재는 갈수록 진화
-나무·전분 입힌 친환경카드 개발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전 세계 신용카드는 대개 가로 8.56㎝, 세로 5.39㎝ 크기로 제작된다. 이 크기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황금비율이 반영됐다. 신용카드 가로와 세로의 비율은 황금비율인 1:1.6에 조금 못 미치는 1:1.585다. 황금비율은 가장 조화가 잘 잡힌 비율로 일반적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어찌해서 이 크기로 자리 잡게 됐는지는 알려진 바 없으나 규격을 통일해야 한다는 합의는 존재했다. 대부분 신용카드는 ISO7810 카드 사이즈 중 D-1의 국제규격을 따르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신용카드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같은 규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모양이 제각각이라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단말기 형태도 달라져 카드 결제 환경은 매우 복잡해졌을 것이다.
◆앤디 워홀, 조나단 반브룩 등과 협업 = 국내 신용카드 디자인 발전과정은 산업 발전단계와도 연관이 있다. '국내디자인산업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970~80년대 노동집약적, 자본집약적 산업에서 1990년대 들어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같은 기술집약적 산업과 2000년대 기술융합적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디자인 산업발전단계도 인간(감성)지향적인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것으로 도약한다. 신용카드업 역시 하나의 금융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인간적인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해졌다. 이를 위해 카드사들은 황금비율 플레이트 안에 상상력을 발휘하며 다양한 디자인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게 된다.
유명한 미술작품이나 디자이너의 작품을 카드 플레이트로 활용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가장 눈에 잘 띄는 디자인 방법이다. 롯데카드는 최근 앤드 워홀의 작품을 선정해 제작한 '앤디 워홀 기프트 카드'를 출시했다. 이전에도 롯데카드는 조나단 반브룩, 알렉산드로 멘디니 등과 함께 새로운 카드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다. 롯데카드와 함께 작업을 진행한 디자이너 반브룩은 "다른 신용카드의 일반적인 그래픽 사이에서 롯데카드만의 차별성을 부여하고 카드 소지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면서 "에너지 넘치는 쇼핑 스트리트의 네온사인들, 전 세계의 관광명소나 박물관 티켓들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조적으로 그래픽 이미지를 완전히 배제한 채 컬러만 드러낸 카드를 선보인 카드사도 있다. 현대카드는 2003년 플레이트 컬러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꾼 투명 플레이트 카드를 출시한다. 현대카드 VIP카드인 '레드, 퍼플, 블랙카드'는 각 색깔마다 상징하는 의미가 다르다. 붉은색은 삶의 열정과 화려함을 형성화했고 보라색은 신비스러움을 나타낸다.
새로운 소재를 활용한 신용카드도 있다. 우리카드는 나무 소재를 활용해 카드를 만들었다. '가나다 체크카드' 2종은 에코젠 소재를 플레이트에 적용했다. 에코젠은 고기능 플라스틱인 PETG 기반에다 자연에서 유래한 바이오물질을 섞은 소재다. 비스페놀A와 같은 환경 호르몬 배출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기존 카드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 플레이트는 소각할 때 인체에 유해한 다이옥신 발생가능성이 있고, 매립을 하더라도 수십 년 간 썩지 않는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핀란드산 자작나무를 원목 그대로 플레이트 주재료로 사용했으며 플레이트의 코팅재로 쓰인 바이오매스 합성수지는 옥수수 전분가루 등을 주원료로 개발됐다.
◆손에 쥘 수 있는 카드 VS 실물 없는 카드 = 앞서 현대카드는 금속 소재를 활용한 카드를 출시했다. 현대카드는 금속공예 장인이 정교한 수작업으로 플레이트를 제작하는 메탈 임플란트 기법을 블랙카드 제작에 도입했으며 금속계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초고강도 티타늄 플레이트를 선보였다. 2011년 현존하는 금속 중 최고의 강도를 자랑하는 리퀴드 메탈 플레이트를 선보였고 2014년에는 구리 합금 신소재 코팔 플레이트를 출시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티타늄이나 리퀴드메탈이 금속의 기능성 특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인류가 사용한 화폐 소재의 시초인 구리, 코팔 소재는 그 의미적 특성도 추가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이 같은 카드 플레이트의 디자인을 깨는 실물 없는 모바일 카드까지 등장했다. 플라스틱 신용카드 발급 없이도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쓸 수 있는 카드다. 모바일 단독 카드가 앞으로 카드업계 디자인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모바일 단독 카드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신뢰도를 위해 기존 플레이트 모양을 스마트폰에서 보여주고 있지만 향후 동그라미 형태라든지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시킬 수는 있다"면서도 "실물 플라스틱 카드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질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더욱 신경 썼다면 오히려 반대로 디자인이 심플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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