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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태클 건 '엘리엇', 복면투왕(覆面投王)의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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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삼성이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힘겨루기 중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국가적 이슈에 비해 주목도는 조금 떨어진다. 메르스가 아니었다면 신문지면을 도배했을 게다.

그래도 이를 바라보는 재계 심정은 착잡하다. 2003년 SK그룹 '소버린사태', 2004년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주식 단기차익 투자 등이 떠오른 탓이다.


엘리엇은 다른 헤지펀드와 마찬가지 길을 걷는다.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은 7.12%다. 소액주주의 우호세력으로 포장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비율에서 삼성물산 가치를 과소평가했고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삼성물산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엘리엇 운용자산이 약 260억달러에 달한다. 오랜 역사도 자랑한다. 그러니 삼성은 움찔한다. 투자자들은 더 흥분한다.


한쪽에서는 먹튀('먹고 튄다'의 준말)라고 한다. 다른 쪽에서는 빌미를 준 삼성이 허술했다고 탓한다. 둘 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엘리엇은 돈 버는 일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게 자본시장에서 헤지펀드의 투자행태다. 한국 자본시장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완전히 개방돼 있다. 활짝 오픈된 자본 시장에서 먹튀니 빌미를 줬느니 하는 것 자체가 때로는 모순이다.


세계 최초의 헤지펀드는 미국 언론인이던 엘프레드 존스가 1950년대 운용한 투자회사다. 존스는 우량한 개별 주식을 선택해 얻는 손익과 시장 전체의 변동으로 인한 손익을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쉽게 이야기해 시장변동과 무관하게 수익을 얻도록 궁극의 무기인 레버리지와 공매도를 사용한다.


태생부터 소액주주의 권리를 위해 투자하는 형태의 펀드가 아니었다.


우리에게는 외환위기 때 '조지 소로스'라는 거물의 이름과 함께 대중에게 익숙해졌다. 글로벌 헤지펀드 자산은 작년에 3조 달러를 돌파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투자로 얼마나 벌지를 주식시세로 따진다. 하지만 이미 엘리엇은 철저한 계산아래 공매도와 선물옵션시장에서 포지션을 구축해 놨을 것이다.


지난 5일 삼성물산 주식 공매도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일정부분은 엘리엇 삼성물산 투자포지션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 정작 이들에게 합병비율은 중요치 않을 공산이 크다.


250억달러의 운용자산 중 10억달러에도 못미치는 투자는 이들에게 큰 비중이 아니다. 현·선물과 공매도 포지션 구축으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이들은 뒤도 안돌아보고 발을 뺄 게다.


이들은 투자를 한 것이고 전형적인 헤지펀드로서의 진의를 파악해 본다면 그리 요란법석 떨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삼성으로서는 헤지펀드에게 빌미를 줬다는 타박을 감내해야 할까?


엘리엇의 눈에는 삼성전자 등 여러 계열사 주식과 유·무형 자산을 보유한 삼성물산이 포착됐다. 합병비율도 자신들의 기준에는 맞지 않았다. 좋은 먹잇감(투자처)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이런 투자기회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삼성물산 보유 주식을 이리저리 나눴어야 했을까?
한 경제시민단체는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의 저평가 문제를 개선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아 엘리엇의 공격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이 주장을 100% 인정하더라도 헤지펀드의 공격을 100% 봉쇄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단적인 예가 영국에 대한 조지 소로스의 공격이다.


1990년 유럽통화제도(EMS)의 환율조정체제 가입한 영국은 너무 높은 환율로 심한 불황에 시달렸다. 엘리엇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여부를 삼성물산에 질의했을 때 부인했듯, 영국도 EMS 탈퇴를 강하게 부인했다.


소로스는 배팅했다.


은밀히 150억 파운드를 빌릴 수 있고, 이 돈을 마음대로 달러로 환전할 수 있는 신용한도도 확보했다. 달러에 대해서는 롱포지선(매수), 파운드에 대해서는 쇼트포지션(매도)을 취했다. 엘리엇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는 의미) 삼성물산 지분을 신고하고 경영참여를 선언했듯 소로스도 파운드화 공매도 의사를 터뜨렸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운드화 절하가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소로스의 공격 후 영국은 몇 주동안 파운드화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500억 달러를 썼다. 소용이 없었다. 사흘 후 영국은 EMS에서 탈퇴, 변동환율제로 선회했다. 소로스는 이 투자로 약 10억달러를 벌은 것으로 전해진다.


엘리엇도 조만간 목표한 수익을 내고 유유히 떠날 것이고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할 것이다.


개방된 자본시장에서 공격과 수비는 늘상 있는 일이다.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약 70조 달러 정도인데 파생금융시장 규모는 400조 달러대로 추정된다. 우리가 사는 경제세상에서는 오늘도 치열한 게임이 진행중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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