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8일 오전 청와대에 머물며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청와대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급변하는 여론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이날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오전 내 공식일정 없이 청와대에서 메르스 현황 등을 챙기고 있다. 일주일 후인 14일부터 미국 순방이 시작되는 만큼,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과 메르스 상황과 관련된 것 외에는 일정을 최소화했다.
청와대는 쏟아지는 비판과 국정 신뢰도 하락에 위기의식을 느낀 듯, 일련의 논란거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7일 '메르스 병원' 24곳을 공개한 것에 대해 여론에 떠밀린 늑장발표라는 비난이 거센 가운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개가 이루어진 것"이란 점을 재차 강조하며 비난 화살의 방향이 대통령으로 향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민관긴급점검회의 통해서 메르스 관련된 정보를 가급적 모두 공개해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취지를 지시한 바 있다"며 "어제(7일) 발표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3일 지시 후 병원공개까지 4일이나 걸린 이유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말씀하시면 말씀하시자마자 발표할 수는 없고, 여러 상황을 준비하고 그런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컨트롤타워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정부 내 설치된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청와대 긴급대책반 등이 가진 고유한 역할을 설명하며 "중앙안전관리위원장인 국무총리가 관계장관회의도 열고 하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보면 된다"고 정리했다.
범국가적 위기상황이란 점을 감안해 14~18일 미국순방 일정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일정 변경과 관련해서 따로 발표할 내용이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한편 박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를 통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다시 한 번 정리된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론이 흩어지고 분열과 갈등으로 갈 때는 반드시 위기를 겪었다"며 "지금 여기서 우리나라가 흔들리게 되면 우리의 미래도,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산도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국민과 정부, 정치권이 합심해 메르스 조기극복을 위해 노력하자는 당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