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영환경 악화… ‘달러시장 공략·공세적 신차 발표’ 반전 준비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위기론'을 꺼내든 것은 안팎의 상황이 현대기아차에 유독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환율 충격이 장기화로 접어든 데다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차 공세에 밀려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5월만 하더라도 현대차는 해외 판매 33만4309대를 기록하며 실적이 전년동기보다 6.1% 빠졌다.야심차게 내놓은 투싼마저 전월보다 판매세가 20% 꺾였다. 기아차도 쏘렌토와 카니발만 선전하고 있다.주가도 연일 하락하면서 대장주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당장 뚜렷한 해결 카드가 마땅치 않다. 엔화와 유로화 약세로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이 여유있는 점유율 싸움을 치르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환율 직격탄에도 손실을 감수하며 '점유율 사수'에 나서고 있다.
점유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시장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대형 트럭과 SUV로 이동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아직도 소형차와 승용차 라인업을 앞세우고 있는 탓이다. 국내 시장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신차 출시도 하반기까지 밀려있다. 신형 아반떼의 경우 9월에야 등장할 예정으로 레저용 차량(RV) 선호 강세로는 장기전을 버티기 힘들다.
지난달부터 실시한 금융 프로모션, '36개월 무이자 할부'만 효과를 보고 있다. 1997년 이후 18년만에 내놓은 것으로 지난달 제네시스 등 다른 차종은 판매량이 줄었지만 프로모션이 적용된 쏘나타는 전월(8446대) 대비 판매량이 12.4%(9495대) 늘었다.
정 회장의 위기론은 진짜 위기가 아닌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라는 주문을 의미한다. 정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자신감을 갖고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줄 것"을 지시했다.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자산은 위기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다져진 내성이다. 정 회장은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2009년 유럽출장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만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과 신차 출시로 중국시장에서 3~4위권의 시장지위를 확보했고 미국에서는 10%대 점유율을 돌파했다. 브릭스(BRICs)시장에서는 폭스바겐, GM과 함께 빅 3 대열에 합류하고 인도, 러시아시장에서도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해외 생산 기지 구축과 제품 경쟁력 및 브랜도 인지도 향상, 시장별 특화 차종 개발, 판매ㆍAS망 구축 등을 통해 체질을 꾸준히 개선한 만큼 최근의 상황이 곧바로 기업의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부터 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달러결제 비중을 높이고,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재고가 누적되지 않게 재고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비상 대책을 세웠다. 신형 K5와 아반떼 등 볼륨 모델 출시를 실적 반등의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경우 달러결제 비중을 높이고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등 변수에 맞는 전략을 준비할 방침"이라며 "국내 시장 역시 보다 강력한 프로모션과 마케팅, 연구개발을 꾸준히 실시해 위기를 벗어날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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