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9년 전 작별인사를 드리고 회사를 나설 때는 다시 여러분들을 볼 수 있으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혹스럽기도, 가슴설레기도 하지만 저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사명이 있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임무를 시작하려 합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10년 만에 고향인 대우조선해양으로 돌아왔다. 그가 직접 써내려 간 취임사에서는 복잡 미묘한 복귀 심경이 가감 없이 담겼다. 지난달 29일 대표이사에 선임된 그는 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1974년 한국산업은행으로 입사해 사회 첫 발을 내딘 정 사장은 1981년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조선공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우조선해양과의 오랜 인연을 시작했다.
'영업통'으로 불리던 그가 회사 전면에 나선 것은 외환위기로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다. 정 사장은 "도크 바닥에 잡초가 날 정도의 불황을 겪기도 했고 IMF로 인한 그룹해체, 이에 따른 워크아웃의 힘든 시련도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 사장은 2001년 워크아웃 중이던 대우조선공업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최고경영자(CEO)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에게 '위기의 구원투수'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때부터였다. 정 사장은 이후 5년 간 사장을 역임하면서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2002년 대우조선공업의 사명을 현재의 대우조선해양으로 바꾼 것도 그였다.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정 사장 스스로 현재의 조선업황을 '또 다른 시련'으로 표현했다. 4개월 가까이 사장 선임이 지연되면서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추스리는 일도 그의 몫이 됐다.
정 사장은 "본업에 충실하자"는 말로 조직원들을 다독였다. 그는 "우리의 자원이 분산되지 않도록 본업인 상선, 특수선, 해양플랜트 분야로 우리의 힘을 최대로 모아야 한다"며 "무의식적으로 불필요하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관행이나 구조도 하나하나 발굴해 혁신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본업에 충실하자는 그의 각오는 한편으로 비주력, 비핵심사업에 대한 정리와 구조조정을 암시한다. 노사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 사장이 취임한 날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거제에서 STX프랑스 인수 백지화를 강력히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사장은 앞으로 3년 간 대우조선해양을 이끌게 된다. 조직 추스리기와 함께 대외 활동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대표이사 취임 후 첫 공식일정 역시 해외출장이다. 정 사장은 이달 2~5일까지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조선박람회 '노르쉬핑 2015'에 참가한다. 이를 위해 1일 출국에 나섰다.
이번 출장은 회사 사정을 감안해 수행원 없이 혼자 다녀올 예정이다. 불필요한 허례허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정 사장은 "어렵고 험한 일에는 임원들과 리더들이 먼저 앞장서고 임직원, 동료들 간에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는 신뢰의 문화를 다시 세우자"며 "그 맨 앞에 제가 서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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