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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IFA 범죄와의 전쟁‥블래터 시대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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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사정당국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막강한 권한과 특혜 위에 군림해온 FIFA 집행부도 미국 사정 당국의 전면 수사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27일(현지시간) 뇌물수수, 불법 돈세탁과 탈세 등의 혐의로 FIFA 집행위원회 전현직 간부 아홉 명과 스포츠마케팅 업체 관계자 다섯 명 등 열네 명을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기소자 명단에는 FIFA의 제프리 웹 부회장을 비롯, 에두아르도 리 집행위원, 훌리오 로차 발전위원, 라파엘 에스퀴벨 남미축구연맹(CONMEBOL) 집행위원, 잭 워너 전 부회장 등 거물들이 포함됐다. 이들에게는 국제축구대회의 마케팅, 중계권 등을 내세워 스포츠마케팅 회사 등으로부터1억5000만 달러(1657억 원)가 넘는 뇌물과 리베이트 등을 받아 착복한 혐의가 적용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마이애미에 있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본부도 급습, 압수 수색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표는 미국 법무부의 요청으로 스위스 검찰당국이 FIFA 회장 선출을 위해 취리히에 집결한 FIFA 집행부가 투속한 호텔을 급습, 현장에서 기소 대상자 중 여섯 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이후 한 명을 별도로 검거한 직후에 나왔다.


이와 관련,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은 "기소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치부를 위해 전세계 축구계를 타락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린치 장관은 또 "이들의 부패는 미국 안팎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돼왔다"며 "잘못된 부패 관행을 뿌리째 뽑아내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린치 장관은 최근까지 뉴욕 동부지검 연방 검사로 있으면서 장기간 FIFA 부패 수사를 벌여온 인물이다. 미 검찰당국도 "이번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 선정 과정뿐 아니라 과거 각종 대륙별 국제대회에서 마케팅, 중계권 협상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들에 대한 전면 수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1988년부터 FIFA 회장에 머물면서 세계 축구계의 황제로 군림해온 제프 블래터 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블래터 회장을 이번 기소 대상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일단 위기를 모면한 블래터 회장은 오는 29일 FIFA 총회에서 5선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블래터 회장은 성명을 통해 "수사를 환영한다"면서 "축구계에는 부정부패가 존재할 여지가 없으며, 부정 부패 연루자들은 축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면수사가 진행될 경우 블래터 회장에 대한 직접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미 법무부는 이번 사안이 미국내에서 탈세와 돈세탁, 뇌물 등 미국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기소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체포된 대다수 FIFA 간부들은 미국 송환에 반발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자국 영토 바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심판자 노릇을 당장 멈추고 국제법 절차를 따르라"고 비판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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