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지금부터 패권과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여곡절 끝에 출범하게 된 당 혁신위원회의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새정치연합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위의 추진 방향’과 ‘당내 협조 요구’ 등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청사진 속 김 위원장이 말하는 혁신의 핵심은 오랜 시간 새정치연합 분열의 씨앗이었던 ‘계파와 패권’을 청산하는 일이다.
그는 새정치연합의 현실과 관련해 맹자에 나온 우산지목(牛山之木)의 고사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중국 제나라의 근교에 우산이라는 민둥산이 있었다”면서 “우산의 나무는 일찌기 아름다웠지만 도끼로 나무를 찍어대고 싹이 조금이라도 나려고 하면 소와 양을 데리고 와 족족 먹여 버리니 우산은 민둥산이 되고 말았고 사람들은 우산이 본래부터 저런 민둥산이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하지만 그것이 우산의 본래 모습이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새정치연합도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권력을 소유하겠다는 패권과 개인과 계파의 이익을 위해 우산의 싹을 먹어치우듯 새정치민주연합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있다"며 "과거를 이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지 못하고 있다"며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과감한 정치개혁 의지를 밝히며 “지금부터 혁신위원회의 활동 기간 중 계파의 모임조차 중지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길지 않은 기간, 혁신위원회의 앞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나 개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혁신위원회는 오직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로 혁신의 길을 걸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새정치연합의 혁신을 꼭 이뤄내겠다”며 “당 대표와 혁신위원님들께서 백의종군 심정으로 함께 해달라”고 주문했다.
패권과 계파에 대한 청산 의지를 재차 강조한 김 위원장은 혁신위가 만들어 나갈 새정치연합의 혁신 방향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은 무능력에서 실력 있는 정책 정당, 무기력에서 활력 있는 젊은 정당, 무책임에서 책임 있는 신뢰 정당 등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서 저는 새정치연합의 모든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고 낮은 자리에서 겸허히 혁신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며 당 안팎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이날 김 위원장인 혁신위원장을 맡게 된 소회를 밝히며 "사약을 앞에 두고 상소문을 쓰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과 당원의 손을 잡지 않으면 새정치연합은 처참히 부서지고 말 것"이라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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