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에 흡수 합병 … 사업 시너지 높이고 경영권 승계작업 탄력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삼성물산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힘을 실어주는 '핵심 키'를 맡게 됐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적격 흡수합병키로 결정하면서 기존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높아지게 됐다.
26일 삼성 측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 된다. 합병 주체는 제일모직이지만 이후 합병회사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는 삼성물산이 그룹에서 갖는 위상과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반영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된 이후 1975년 국내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됐고, 1995년 삼성건설과 합병 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해 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사업 정체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사업 다각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번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기존 삼성물산 내 주요 사업들은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제일모직이 수행하던 건설, 플랜트, 리조트 부문과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이 결합하면 규모나 효율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이 가진 건설부문의 차별화된 해외인프라의 결합을 통해 신규 유망 사업을 발굴하고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역시 "이번 합병을 통해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 역량을 결합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병석에 있는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은 특수관계인 중 삼성생명이 7.21%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이어 삼성물산이 4.06%다. 이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3.38%, 삼성화재 1.26%, 이재용 회장 0.57% 등이다.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제일모직이 확보하는 방안이 가장 확실하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돼 온 이유다.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22.24%)인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뿐 아니라 향후 이건희 회장의 상속분까지 더해져 합병된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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