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회복세 신호… 현대·쌍용차 등 글로벌 업체 공격 마케팅
[터키 이스탄불=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터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 경제적 요인으로 최근 2~3년간 부침을 겪던 터키 자동차 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요충지인 데다 북부아프리카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도 놓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26일 터키자동차유통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터키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10% 감소한 76만여대에 그쳤다. 장기화된 반정부 시위, 고위층의 비리 스캔들 등 정치적 불안과 특별소비세 인상과 같은 경제 규제까지 겹친 여파다.
하지만 올해 판매량은 10% 늘어난 84만여대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의 기저 효과 영향에다 지금까지 적체된 대기 수요가 본격적인 매매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같은 호재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나름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마힌드라와의 M&A 이후 신차 출시에 성공한 쌍용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올초 ‘티볼리’를 통해 국내 시장 돌풍을 이끈 여파를 유럽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현지에서 열리고 있는 모터쇼를 타깃으로 삼았다. 출시 모델은 국내에 판매 중인 1.6리터 가솔린 모델로 쌍용차가 확보한 터키 전역의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가 시작되며 디젤과 4WD 모델은 향후 추가된다.
현지에서의 기대감도 높은 상태다. 올해 터키 자동차 시장에서 티볼리가 경쟁할 SUV-B 세그먼트 시장은 80% 가량 큰 폭의 성장이 예고됐다. 아시아와 유럽, 북아프리카를 잇는 거점 시장인 만큼 주변 시장으로의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쌍용차는 지난해 현지 시장에 1000여대를 수출한 상태로 올해 티볼리를 포함해 총 1800여대를 판매할 수 있도록 현지 네트워크를 확충했다.
6% 초반대의 점유율로 지난해 5위 자리에 오른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 기지로 지정돼 전략 모델 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갖춰놨다.
특히 현대차는 터키공장에서 i10와 i20 생산을 시작하면서 2013년 10만2020대의 생산량을 2014년 20만3157대로 두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신형 i10과 i20는 지난 3월 유럽에서 각각 1만1363대, 1만297대가 판매됐다
본사에서의 관심도 어느때보다 높다. 터키에서의 새 모델 출시를 앞두고 지난해 정몽구 회장이 터키 공장을 직접 방문, “터키산 i20가 유럽 판매 지형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품질 고급화에 전력을 집중해라”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경쟁사들도 마찬가지다. 도요타는 2016년 신규 소형 SUV 투입을 위해 2억달러를 투자, 사카리야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을 현 15만대에서 10만대 더 늘릴 방침이다. 이밖에 르노도 새 모델 투입을 위해 현지 공장 설비 투자를 위한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고 포드는 4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해 세 번째 현지 공장 가동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터키를 비롯한 유럽 자동차 시장의 회복세를 점치고 있다. 2014년 승용차 전체 판매 대수는 1300만대로 2013년 대비 5.4%의 증가를 보여 2008년 금융위기 후 6년 연속 감소 후 처음으로 전년대비 판매량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에도 판매 증가세가 이어진 결과 3월 165만대 판매로 전년 동월대비 10.8%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며 “1분기 누계 판매량 364만대는 전년 동기보다 28만대 많은 수준으로 그동안 위축됐던 대기수요가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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