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숲' 만들기 위한 정책 지원 이어져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여러분들은 오늘, 어떤 음식을 먹고 먹을 예정인지요. 푸드 사막(Food Desert)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자연에 숲이 있는 것처럼 음식에도 '숲과 사막'이 있습니다. 먹는 것은 인류가 탄생하면서 가장 기본적 욕구가 됐습니다.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이를 통해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과연 지금 우리는 잘 먹고 있을까요.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가 많고 이를 통해 안전한 에너지를 얻고 있는 것일까요.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특히 빈부격차에 따른 푸드 사막이 심각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신선한 음식 없는 푸드 사막=푸드 사막은 먹을 게 부족한 것을 말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먹을 것은 넘쳐나는데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선 미국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푸드 스탬프(Food Stamp)'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푸드 스탬프는 이른바 우리나라로 치자면 저소득층에게 주는 급식 지원프로그램의 일종입니다. 2차 대전이후 심각한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연방정부가 내놓은 지원 제도입니다.
문제는 푸드 스탬프의 주요 사용처를 봤더니 대부분 편의점이나 작은 상점에서 정크 푸드를 사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었습니다. 이 같은 일들이 왜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미국의 경우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 작은 상점을 비교해 봤습니다. 슈퍼마켓의 경우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진열하는 공간이 140 피트(약 42m)에 달했습니다.
반면 편의점이나 작은 상점의 경우 채소나 과일을 진열하는 공간이 겨우 3~6피트(1.8m)에 불과했습니다. 편의점이나 작은 상점의 경우 채소나 과일을 내놓기 보다는 당 음료, 칩스 등 이른바 정크 푸드(Junk Food) 진열 공간이 신선한 채소 공간보다 무려 30배나 높았습니다. 한 마디로 편의점이나 작은 상점에서는 신선한 음식 재료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다섯 명 중 한 명, 건강하지 않는 음식으로 사망=더욱이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내를 비교해봤더니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 있는 슈퍼마켓의 수는 가난한 동네에 있는 것 보다 6배나 많았습니다.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는 그만큼 신선한 식재료와 건강한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가난한 동네는 슈퍼마켓보다는 편의점이나 작은 상점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가난한 동네 주민들은 신선한 식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상실한 채 정크 푸드 구입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사망자 다섯 명중 한 명은 건강하지 않는 정크 푸드 섭취 등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는 매년 700억 달러의 푸드 스탬프를 4300만 명에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중 당 음료에 17억 달러가 쓰인다고 하는군요. 이는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의 연간 예산보다 더 많은 규모입니다. 질병예방을 위해서도 이런 정크 푸드 소비문화는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결책은=이런 소비문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요. 뉴욕타임스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우선 푸드 스탬프로 담배나 술을 살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런 금지 품목에 정크 푸드를 포함시키자는 겁니다.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푸드 스탬프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미국 소매점들이 이를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방법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꼽았습니다. 푸드 스탬프로 신선한 음식을 구매하면 가격을 줄여주거나 혹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자는 것이죠. 미국 농림부는 최근 이 같은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 번째 방법도 제시했습니다. 편의점과 작은 가게에 대해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진열하는 공간을 확대하자는 겁니다. 법으로 정하든, 자율적으로 하든 신선한 음식에 대한 진열 공간이 확대되면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편의점이나 작은 상점의 경우 신선하고 건강한 푸드를 진열하는 공간으로 적어도 20 피트(6m) 정도는 돼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결식아동은 약 41만 명에 달합니다.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지자체마다 조금 차이는 있는데 결식아동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2012년 서울시의 경우를 보도록 하죠.
서울시 결식아동은 2015년 현재 약 4만20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에게는 '꿈나무 카드'라는 급식 카드가 제공됩니다. 한 끼 당 약 4000원이 지급되죠. 2012년에 서울시는 총 199억 원의 급식 카드 지원을 했습니다. 이 중 편의점에서만 사용한 금액이 약 69억 원으로 전체 지원금의 35%에 달합니다. 편의점에서 아이들이 대부분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179개의 품목을 조사해 봤습니다. 환경관련 시민단체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끔찍할 정도인데요. 영양 구성성분에 따라 '위험한 경우'는 레드, 다소 위험한 경우는 옐로우, 영양 성분이 그나마 괜찮은 품목은 그린으로 표시해 봤습니다. 결과적으로 179개 품목 중 118개는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레드' 카드를 받았습니다. 그린카드로 표시된 제품은 눈을 씻어 봐도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식문화가 장기적으로 건강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현재 여성가족재단에 연구를 의뢰해 놓은 상태입니다. 9월에 나온다고 하는군요. 홍우석 서울시 아동복지팀장은 "도시락과 일반 식당을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집밥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 끼 당 4000원인 지원금액도 물가인상 등 여러 가지 요인을 조사해 현실화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마을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먹거리에 대해 지자체와 사회 기업들이 적극 나서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이 제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여러분들 주변에도 '푸드 사막'이 아닌 '푸드 숲'이 울창하기를 기원합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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