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뒤늦게 특수활동비 개선 마련 착수
-의원들은 예산 심의권 쥐고 스스로 연봉 결정
-셀프 배정 구조부터 바꿔야 특수활동비 손질도 제대로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정치권이 영수증 처리 없이 사용되는 특수활동비에 대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의원 수당을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 심의권을 쥔 국회의원들이 본인의 연봉 또한 스스로 배정할 수 있는 구조에서 개혁은 구호에만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은 세비라는 이름으로 매달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서 돈을 받고 있다. 세비는 매월 20일에 지급되는 기본수당에 입법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 등이 추가된다. 이렇게 계산된 국회의원의 한 해 연봉은 1억3796만원이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하지 않아 눈먼 돈으로 논란이 된 특수활동비는 따로 지급돼 추가된다. 정치권이 뒤늦게 특수활동비 손질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의원들은 특수활동비 등을 포함해 연봉을 스스로 배정한다. 의원들의 세비는 '국회법'과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지급받지만, 국회규칙으로 연봉을 조정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안을 만들 때 국회 사무처의 인건비 부분에 의원들의 세비 예산을 집어넣어 국회에 제출한다. 예산 심의권을 가진 의원들은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사무처 인건비 금액 안에서 자신들의 세비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는 국회의원 수당이 1988년 기준으로만 나오는 이유다. 의원들의 일반 수당은 법적으로 101만4000원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2015년 실제 의원들은 6배가 넘는 640만원의 돈을 받고 있다.
셀프 배정인만큼 과정도 은밀하다. 의원들은 자신들의 연봉을 조정할 때 속기록에 남기지 않기 위해 '세비'나 '수당' 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세비 항목도 별도로 구분돼지 않고 사무처 인건비 항목에 숨겨있다. 기본급에 해당하는 수당 인상은 나중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잘 모르는 입법활동비 부분을 50%나 몰래 올리기도 한다.
특수활동비 개선도 연봉 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미봉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부에 감시를 받지 않는 결정 과정에서 의원들의 셀프 개혁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연봉을 도려내는 작업은 실질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특수활동비에 대해 일부분의 영수증 처리 공개 등으로 개선이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회에는 이미 국회의원의 세비를 외부에서 정하거나, 감시를 받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대부분 한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이들 법안은 특수활동비 대한 개선책도 함께 담고 있다. 연봉 결정 구조 변화가 전제돼야 다른 부분도 개선이 이뤄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의원들이 연봉을 조정하려면 15명의 외부 위원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특수활동비는 '회의참가수당' 으로 명칭을 변경해 회기일수 기준에 따라 지급하게 했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안 또한 외부인사로 구성하는 국회의장 직속의 국회의원수당등산정위원회를 설치하게 하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1일당 약 3만1360원의 특수활동비가 깎이는 부분도 강화하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개정안도 국회의원 세비심사위원회 설치와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 조항이 명시돼 있다. 물론 모두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에서 거론 조차 되지 못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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