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23일 서울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의 선상역사가 개통된다. 인천과 서울 서부지역에서 강남, 강북으로 출퇴근하면서 신도림역의 '생지옥'을 겪어 본 수도권 주민들에겐 희소식이다. 20일 개통식에서 본 선상역사는 그러나 승객 분산 효과 여부에 '의문부호'를 줬다.
선상역사는 훌륭했다. 지상에서 1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철길 위에 3층짜리 연면적 3100㎡ 규모로 건설됐다. 여기에 노약자ㆍ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위해 에스컬레이터 11대, 엘리베이터 5대가 설치됐다.
무엇보다 지상에 지하철 1호선 출구가 4개 신설됨에 따라 이용객들의 동선 선택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였다. 기존엔 1번(북측), 2번(남측) 출구 밖에 없던 신도림역에 3, 4, 5, 6번 출구가 새로 생겼다. 1번 출구(북측)쪽에는 디큐브시티 방향 5번 출구, 도림교 방향 6번 출구가 새로 생겨 디큐브시티 이용객이나 문래동, 영등포쪽에서 신도림역을 이용하는 1호선 이용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됐다. 남측 지하역사 2번 출구 쪽에는 신도림역 공원 내에 구로동 방향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3번 출구, 테크노마트나 대림동 주민들이 이용 가능한 4번 출구가 설치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이번 선상역사 개통을 통해 신도림역에서 처음 승차하는 1호선 이용자 4~5만명이 기존 지하역사 1층 광장을 거치지 않게 돼 혼잡도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로구는 이날 지역의 큰 숙원이 해소됐다며 사업 참여자 10여명에게 표창장도 줬다.
하지만 혼잡도 개선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새로 생긴 선상역사를 이용해 지하철을 타는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지하역사보다 길기 때문이다.
실측 결과 디큐브시티 백화점 앞에서 1호선 서울역 방향 열차 탑승장까지 걸린 시간은 선상역사 3분40초, 기존 지하역사 2분40초였다. 1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반대편 남측에서도 마을버스 1번 정거장 기준으로 인천행 1호선 탑승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선상역사 이용시 2분55초가 걸려 기존 지하역사 이용때보다 30초가 더 걸렸다.
이는 신설된 탑승장 출입구가 기존 지하역사 출입구보다 깊숙한 곳에 있는 데다, 높은 계단ㆍ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출ㆍ퇴근길 1분, 1초가 급한 이용객으로선 시간이 짧게 걸리는 코스를 선호하기 마련이어서 선상역사 이용객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구로구와 코레일 측은 혼잡을 피해 자연스럽게 선상역사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날 코레일 측의 과도한 공사로 인한 예산 낭비 의혹의 흔적도 엿보였다. 완공된 역사는 총 3층이었는데, 1층은 탑승장과 연결됐고 2층은 역무실ㆍ개찰구ㆍ매점 등 으로 활용되도록 설계돼 있는 반면 3층은 용도도 정해지지 않은 채 텅 비어 있었다. 연면적 기준으로 약 1000㎡가 넘는 공간을 추가하기 위해 많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아직 쓸 곳을 찾지 못한 것이다. 코레일과 구로구는 이 공간에 대해 향후 주민편의시설 또는 사회적기업 육성 공간 등 공공 용도로 사용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무리하게 지상역사를 큰돈을 들여 짓기 보다는 지상에서 기존 1호선 탑승장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개찰구를 만들고, 각 지상 탑승장을 연결하는 육교를 만들면 예산도 절약되고 이용객들의 동선도 짧았을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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