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 "美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입힐 수도"
미국 기업을 보호해야 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자국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145% 관세로 인해 미국 경제 전반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무역 업계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중국발 화물 주문 취소가 일상화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공급망 시장 분석 및 자문 서비스 기업인 시인텔리전스(Sea Intelligence)의 앨런 머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수입 업체들이 중국산 가구 주문을 전면 중단했다. 장난감과 의류, 신발, 스포츠용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물류기업 세코 로지스틱스의 브라이언 보크 최고상업책임자(CCO)도 "동남아 물류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있었지만 90일 유예 조치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며 "그러나 중국산 제품은 여전히 취소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미·중 간 교역 중단이 지속되면 미국 내 재고 부족에 따른 기업들의 매출 감소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 의류·신발 협회(AAFA)의 스티븐 라마르 CEO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공급망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과도하게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서 많은 기업이 주문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관세 정책이 계속 오락가락하다 보니, 실제로 얼마의 관세가 붙는지 물류가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예측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에 미국 중소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라마르 CEO는 설명했다. 그는 "고율 관세로 인해 지급이 불가능한 청구서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부담은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중소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대체 공급처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주문 중단을 겪으면 즉각적인 매출 손실과 상품 부족 사태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무역 전쟁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를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들은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머피 시인텔리전스 CEO는 "전자제품, 기계, 의약품처럼 기술 수준이 높은 제품들은 생산지를 쉽게 옮길 수 없다. 고도화된 제조 시설을 구축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막대한 자본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무역 협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아무도 미국 내 생산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정말로 미국의 산업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관세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분명히 해야 한다. 관세 정책을 매번 바꾸는 전략은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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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운임을 지급하지 않거나 통관 지연으로 방치된 해상 및 항공 화물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뉴욕항만 규정에 따르면 30일 이상 방치된 화물은 '유기 화물'로 간주해 경매나 처분 대상이 된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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