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할 관련 SK에 2710억 과세예고 취소… ‘1700억 소송’ OCI 자회사에 1심서 패소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시가 대기업 2곳과 수천억원대 세금전쟁을 벌이며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2곳 모두 기업분할과 관련된 지방세 감면이 원인이다. 시가 뒤늦게 세금 추징에 나선 것인데, 한 곳은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과세예고를 통보받은 다른 한 곳도 과세전적부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시는 19일 제5차 지방세심의위원회를 열고 SK인천석유화학과 SK에너지가 청구한 과세전적부심 안건을 심의, 과세부과가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재적 위원 10명 가운데 과세 찬성이 4명, 반대가 6명으로 SK의 청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시가 SK인천석유화학과 SK에너지에 부과하려던 '지방세 2710억원'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시는 SK측이 기존에 화학사업을 중복 시행하고 있어 ‘분리해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 분할’이라는 물적 분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부채승계도 하지 않아 세금 감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과세를 부과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방세심의위는 “분리해 사업이 가능하다면 사업장별 사업부문의 분할도 적격하고, 원유구입과 시설자금 회사채 모두 SK와 분할된 기업의 공동 차입금에 해당돼 분할 기업에 승계하지 않아도 된다”며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기업분할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판단했다.
SK는 지난 2011년과 2013년 기업을 SK인천석유화학과 SK에너지로 분할하면서 넘겨준 자산에 대해 취득세를 감면받았으나 시가 뒤늦게 지난해 11월 2710억 규모의 지방세 추징을 예고하자 과세전적부심을 청구했다.
인천시는 기업분할과 관련해 OCI(옛 동양제철화학) 자회사인 DCRE와도 ‘1700억원대 세금소송’을 진행 중이다. 일단 지난 2월 열린 1심에서는 DCRE가 승소했다. 시는 1심 재판에선 졌지만 조세심판원에서 DCRE에 대한 세금 추징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최종심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같은 사안으로 소송중인 OCI 역시 국세청을 상대로 한 3000억원대 세금 소송에서 이긴 만큼 인천시가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OCI는 지난 2008년 5월 기존의 화학제품제조사업 부문에서 도시개발사업 부문을 떼어내 DCRE를 설립했다. OCI는 당시 DCRE와 인천공장을 주고받는 형태로 기업을 분할하면서 법인세법에 따른 적격분할로 신고해 인천 남구로부터 취득세 등 지방세 524억원을 감면받았다.
그러나 시는 재조사를 벌여 OCI가 세금 감면의 전제조건인 ‘자산·부채 100% 승계 원칙’을 어기고 공장 부지에 쌓여있던 폐석회 처리비용 등 일부 부채를 승계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가산금 1188억원을 붙여 취득세와 등록세 등 1700억원을 부과했다. 이어 국세청도 OCI를 상대로 3084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이처럼 인천시가 거액의 세금전쟁에서 잇달아 밀리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세수확보는 커녕 행정력과 소송비용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세권 확보도 좋지만 세수 확대에 급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세금 추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SK의 경우 DCRE 재판 결과를 보고서 추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시 재정이 어렵다보니 과세예고부터 통보했다가 결국 변죽만 울린 셈이 됐다.
이와관련 시 관계자는 “당시 인천시의회에서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SK에 대해 조속히 행정처분 할 것을 요구한 분위기였다”며 “세무공무원 입장에선 일단 과세권 확보를 위해 세금 부과를 할 수밖에 없고, 소송은 그 다음 문제”라고 밝혔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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