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중국의 성장 둔화와 수출 주력산업의 해외생산 등 국내외 경제 구조가 바뀌는 구조적인 현상으로 최근 수출이 둔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9일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수출 둔화 구조적 현상인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1~2014년)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1.0%로 금융위기 이후인 2000~2008년 11.9%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들어 수출부진이 심화되면서 4월까지 수출은 지난해 보다 4.3% 감소(통관 기준)했으며, 최근 3년간 수출증가율은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수준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수출 급락의 배경에 일시적인 요인과 구조적인 요인이 혼재한다고 지적했다.
일시적인 요인으로는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경제 부진과 최근 환율 변동을 꼽았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2000~2008년간 연평균 3.6%에서 금융위기 이후 2011~14년간 3%로 둔화됐으며, 세계 수입증가율도 2000~08년간 연평균 6.3%에서 2011~14년간 2.7%로 크게 하락했다.
다만 환율은 금융위기 이전의 원화 실질실효환율(BIS자료 기준)은 2000~2008년 평균 107.8로 금융위기 이후인 2011~2014년 평균 107.4와 크게 차이가 없어 수출둔화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의 우리나라 수출 둔화에서 세계교역 둔화나 환율 변동 등 단기적 요인에 의해 설명되는 부분은 약 1/3에 지나지 않는다"며 "최근 수출둔화가 상당부분 구조적 현상이며 따라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수출의 장기탄력성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세계 수입수요가 1% 늘어날 때 한국 수출은 금융위기 이전 1.8% 가량 증가한 반면, 위기 이후에는 1.4% 가량 늘어 탄력성이 둔화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장기탄력성 하락의 배경으로 중국 성장둔화와 구조변화,수출 주력산업의 해외생산 본격화, 한국경제의 성숙화 등을 제시했다.
중국 경제는 연간 성장률이 2000~2008년간 10.4%에서 2011년 이후 7.6%로 낮아졌도, 수입 증가율(경상 달러 기준)도 같은 기간 동안 24.3%에서 4%로 급락했다.
아울러 중국내 가공무역 비중이 축소되면서 총수입 가운데 부품수입 비율이 크게 하락, 한국의 수출에 특히 큰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국내 수출주력 업종인 자동차(부품 포함)와 무선통신기기, 가전, 반도체 등에서 최근 해외생산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무선통신기기나 가전(TV)의 해외생산비율은 이미 80~90%를 상회하고 자동차(완성차)도 해외생산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최근 자동차 부품의 해외생산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산업통상분석실 연구원은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내수증가세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도 저조할 경우 총수요 부진이 지속될 우려가 크다"며 "중국의 구조변화나 국제 통상환경 변화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해외생산의 확대가 수출과 보완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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