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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동결]가계빚 부담, 정책효과 확인할 때…인하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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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구채은 기자] 15일 오전 10시.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 '기준금리 동결'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이로써 한국의 기준금리는 지난 3월 이후 2개월째 사상최저 수준인 연 1.75%를 유지하게 됐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가 2분기 경기흐름이 다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작년 8월 이후 세 차례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 후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동결결정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실제 동결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순탄하지 않았다. 수출 부진 등으로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아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때마침 금통위 하루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의 성장 모멘텀이 정체됐다며 통화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도 부담이었다. 금통위원들은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에 대해 깊은 토론을 펼쳤다. 이날 동결 결정 후 완화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미약하지만 경기 회복세…가계부채 '급증세'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 대부분은 한은이 이번 달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봤다. 최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5월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시장 전문가 10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 응답자의 93.4%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작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효과가 경기개선 흐름으로 이어질지 좀 더 지켜 볼 때라는 논리에서였다.


때마침 기획재정부가 5월 최근 경기동향(그린북)에서 "생산ㆍ소비ㆍ건설투자 등 실물지표가 월별로 등락을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전반적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이 보인다"며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실어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3월 기준 경기선행지수(CLI)가 2010년 4월 이후 최고치인 102.0을 기록했다며 경기 개선에 힘을 실었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재고순환지표ㆍ주가지수ㆍ장단기 금리차ㆍ제조업 경기전망 등을 근거로 산출된다. 이렇게 되자 그간 금통위전 금리인하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했던 정부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매월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가계부채도 추가 인하 결정을 어렵게 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 잔액은 579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8조5000억원이 늘었다. 한은이 금융권의 여ㆍ수신 자금흐름에 대한 속보치 성격의 집계를 개시한 2008년 이후 월간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종전 최대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치와 금리인하가 함께 영향을 미쳤던 작년 10월의 6조9000억원이었다. 지난 3월 1.75%로 기준금리를 내린 게 가계부채라는 불에 기름을 쏟은 셈이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가뜩이나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는 상황인데 지금 금리를 낮춰 위험을 키울 필요는 없다"며 "가계부채가 계속해서 늘어나면 소비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수출 부진 심화…추가 인하 가능성 여전히 남아 있어


이번 달 금리가 동결됐지만 한은이 올해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나 홀로 이끌어왔던 수출 흐름이 심상치 않은데다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과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수출은 심각하다. 4월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8.1% 줄어들면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4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는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 3월까지의 감소세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단가하락의 영향이 컸지만 4월에는 물량까지 준 것으로 나타나 불안감이 커졌다. 이 총재도 지난 3일 아시아 개발은행(ADB·Asian Development Bank) 연차총회에서 "통관 수출이 아닌 상품 수출만 보면 물량 자체는 감소하지 않았는데 4월 수출 감소폭이 컸다"며 "단가 하락을 감안해도 이제 물량도 과연 플러스일까 따져봐야 한다"며 수출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수출경기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경기가 이를 완충해줘야 하는데 설비투자 회복세가 미약하고 생산활동도 빠른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2분기 경제지표 회복세가 미약하게 전개되면 금리인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도 "박근혜 대통령이 엔저 우려를 표한 데다 최 부총리도 확장적 거시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했다"면서 "정부 입장에선 수출기업 경쟁력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 확장적 정책을 유지한다고 보여주는 것이 유리하다"며 추가인하를 예상했다.


아시아 신흥국들이 줄지어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도 한은에겐 부담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예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호주 중앙은행도 지난 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떨어뜨린 연 2.0%로 결정했다. BNP파리바는 최근 한국을 포함해 인도와 태국 등 신흥국들이 올해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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