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하루만에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의무로 편성하도록 하는 방침을 밝히자 각 시·도교육감과 진보진영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운용 전략을 제시하며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도록 하는 방침을 밝혔다. 김관복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내년 예산부터 누리과정을 의무 지출성 경비로 볼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시·도교육감들이 예산을 임의로 편성하지 않는 일이 없을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기 위해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은 지방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의무지출경비 지정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책임져야할 보육 문제를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며 추가 재정지원이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상향 조정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장휘국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면 재정이 완전히 파탄날 우려가 있다"며 "시·도교육청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반대했다.
장 회장은 "중앙에서 통제하고 옥죄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는 지방교육자치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면서 "재정 확보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13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통교부금에서 만 3~5세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경비로 다 부담하라고 하면 결국 도내 초·중·고교생 1인당 66만원 가량의 교육비 혜택이 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심각한 문제를 사회적 합의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는 오는 29일 제주에서 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과 야당 국회의원도 무상보육의 재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비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논평을 내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의 의무지출경비 지정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키우고 학교 운영비 삭감으로 초·중·고교생들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 교육희망네트워크도 성명을 내고 "국고가 아닌 지방재정으로 누리과정을 충당하는 것 때문에 학생 교육기회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상황"이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법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교육감이 교육기관이나 교육행정기관에 대해 집행하는 것으로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을 위한 예산"이라며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의 누리과정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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