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부인이자 7일 숙환으로 별세한 이선애 여사(88)는 옷감을 떼어다 파는 포목상으로 시작해 창립 초기 그룹을 일구는데 기여했다.
초기 태광은 이임용 선대회장과 고인이 함께 일궈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헌신적이었으나 이후 회삿돈 횡령으로 징역형을 받고 병보석 상태로 결국 생을 마감하는 등 말년은 기구했다.
고인은 1927년 경북 영일군에서 태어나 1943년 이임용 선대회장과 결혼했다. 당시 이임용 선대회장은 공직 생활을 했고 고인은 부산에서 조그마한 포목상을 했다. 그러다 사업이 커지고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 선대회장은 자연스레 공직 생활을 그만두고 기업경영에 합류했고 지금의 태광그룹이 만들어졌다.
이후 태광은 박정희 정권의 수출 드라이브에 힘입어 섬유를 기반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고인은 1962년부터 회사의 이사직을 맡아 재무업무를 총괄했다. 창립 초기부터 회사 운영에 깊이 관여해 회사내에서는 '왕상무'로 불리기도 했다.
70년대 이후에는 육영사업과 사회공헌활동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1977년 6월 일주학원을 설립한데 이어 이듬해 3월에는 사재 출연해 서울 서초구에 세화여자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설립했다.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중앙난방 시스템과 교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도 했다.
"나라가 잘 되려면 교육이 잘 돼야 하고, 교육이 잘 이뤄지려면 어머니가 될 여자가 먼저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생전 철학에 따라 1990년에는 일주학술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국내 및 해외 학·석·박사 장학생을 지원하는 등 각종 장학·학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0년에는 선화예술문화재단을 설립해 신진 작가를 지원하고 있다.
고인의 자녀들은 화려한 혼맥으로도 유명하다. 차남 영진씨는 장상준 동국제강 전 회장의 막내딸과 결혼했다. 그룹 회장까지 맡았던 3남 호진씨는 롯데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씨의 맏딸과 결혼했으며 세 딸 역시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의 혼인으로 혼맥을 넓혔다.
장녀 경훈씨는 LG그룹의 창업 멤버인 허만정씨의 막내 며느리로 그의 남편은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이다. 차녀 재훈씨는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장남 원용씨와 결혼했으며 3녀 봉훈씨는 한태원 SG한국삼공 회장과 결혼했다.
고인의 말년은 순탄치 않았다. 2010년에는 회삿돈 400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조사를 받고 결국 2012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형기를 3년 6개월 가량 남겨두고 관상동맥 협착증과 뇌경색 등 질환으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병원생활을 해왔다. 치매 증상까지 있어 최근까지 아산병원에서 지냈다.
유족은 이호진 전 회장 등 1남 3녀로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조문객은 8일 오후부터 문상할 수 있다. 장례는 고인의 뜻을 기려 학교법인 일주학원·일주학술 문화재단·선화예술문화재단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10일이며 장지는 경북 포항시 청하면 서정리 선영.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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