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회사인 수완에너지에 유입된 현금 310억원 두고 두 차례 후순위 우선변제 외압
급전 필요했던 경남기업, 인사조치 등 노골적 발언…금감원도 유선 압박
감사원, '금감원 경남기업 특혜 압박' 결론 내린 지난달 채권단 사이에서 회자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윗분(성완종 회장)의 지시다. 수완에너지에 들어온 현금 120억원을 당장 경남기업으로 입금해달라"(경남기업 고위관계자) "정해진 원칙이 있다. 대주단 동의가 있어야 하며, 자금보충약정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기다려라"(KDB산업은행 정모 팀장)
경남기업 사태가 절정에 달하던 지난 2013년 6월 어느 날, 자금 사정이 급박했던 경남기업은 KDB산업은행에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로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담당자인 정모 팀장은 절차를 강조하며 거절했다. 양측의 전화통화는 고성이 오갈 정도로 거칠었지만 정 팀장은 원칙을 꺾지 않았다. 정 팀장의 원칙과 소신은 결과적으로 KDB산업은행의 피해를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건의 발단은 경남기업 계열회사인 수완에너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KDB산업은행 발전사업 PF 담당이었던 정 팀장은 당시 2300억원의 수완에너지 PF를 담당했다. 정 팀장은 경남기업이 이후 수완에너지로 유입된 현금에 대해 입금을 요구하자 두 차례에 걸쳐 원칙론을 고수하며 외압에 맞섰다.
채권단 관계자는 "2013년 6월께 수완에너지가 LH공사와의 공사비 반환 소송에서 이겨 120억원의 현금이 생겼고, 이에 대해 경남기업이 입금을 요구했다"며 "당시 분위기는 성완종 회장의 무게감 때문에 선순위, 후순위 구분 없이 '까라면 까라'는 분위기였지만 정 팀장은 원칙을 고수했고, 이 점 때문에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다"고 술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남기업 고위관계자는 성완종 회장 운운하며 정 팀장의 인사 얘기를 노골적으로 했고, 금융감독원은 '경남기업으로부터 고발당했다'며 유선으로 압박해왔다"고 전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경남기업은 급전이 필요했던 만큼 절차를 무시하고 후순위채권이지만 우선 변제를 주장했고, KDB산업은행은 PF를 주도한 만큼 다른 금융회사와의 신뢰를 우선순위로 여겼다. 결국 KDB산업은행은 절차를 준수해 다수의 동의를 거치고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한 후에야 120억원을 경남기업에 건넸다.
이후에도 양측은 또 한 차례 격돌했다. 수완에너지가 한국전력에 설비를 팔고 받은 190억원에 대해 경남기업이 KDB산업은행에 우선 변제를 요구한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경남기업의 후순위 상환 요청이 있었지만 선순위 대출금 상환에 사용됐다"며 "정 팀장이 앞서 120억원에 대해 원칙론을 고수하지 않았다면 경남기업으로 흘러갔을 자금"이라고 언급했다.
KDB산업은행은 당시 원칙과 소신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경남기업에 물린 600억원 채권에 추가적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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