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셰일업체 파산·주춤한 강달러…원유 수요도 서서히 회복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지난해 중순 이후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달에만 25% 뛰어 올랐다. 월간 기준으로 2009년 5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이달에도 비슷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올 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선을 넘어섰다.
'60달러'는 원유 시장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여겨졌다. 60달러가 최근 원유시장의 변수로 급부상한 미국의 셰일원유의 손익분기점이라는 분석이 그 배경이다. 지난해 말 국제유가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0달러대로 내려앉자 미국 셰일혁명을 저지하기 위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불가 조치, 이로 인한 원유 과잉공급 문제가 부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가 60달러에 도달한 만큼 상승흐름이 단기적 현상일지 추세적으로 계속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유가 상승 압력이 지정학적 불안 등 단기성 이벤트들 때문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원유 시장 수급 불균형 해결이라는 큰 틀에서 유가의 방향성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유가 국면을 이끈 1등공신인 미국의 과잉공급 문제는 조금씩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미국 셰일가스·오일 시추공 숫자는 679개로 5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저유가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 셰일 업체들이 파산하거나 신규 사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3월 하루 평균 942만배럴을 기록한 뒤 증가세가 더뎌지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류 리포 대표는 미국 셰일업계의 '프래킹 역습'이 몰려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수압파쇄법을 뜻하는 프래킹은 셰일층에서 원유·가스를 추출해내는 기술을 일컫는다.
리포 대표는 "2016~2017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65~70달러 수준으로 예상한다"면서 "유가가 6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많은 셰일업체들이 원유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 셰일원유 생산업체 EOG리소시스는 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65달러를 회복하면 원유 생산량을 두 자릿수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달 예정된 OPEC 회의도 주목해야한다. 생산량을 동결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한 상황이다.
원유 수요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유럽은 물론 인도·브라질 등 신흥국의 수요도 회복되고 있다"면서 "OPEC 생산량 등 공급부문 변수가 있지만 올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원유 수요 개선세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강세가 주춤한 것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는 지난 3월 100을 넘어섰지만 이달 들어서는 95까지 떨어졌다. 통상 달러가 강세면 유가가 하락하고 그 반대면 유가가 상승하곤 한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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