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6일 절기상 입하(立夏)를 맞은 국내증시는 연초 이후 이어진 상승추세가 서머랠리까지 끌고 갈 것이라는 기대감과 대내외적 불안심리에 조정국면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엇갈리는 전망에 관망세를 유지하며 방향성 탐색 국면에 들어갔다. 10조원대를 넘나들던 일일 증시 거래대금도 지난 4일에는 7조원대로 다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증시 강세를 이끌어온 중소형주의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국내 증시 수급을 받쳐주던 외국인 매수세가 한풀 꺾이면서 쉽게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장세가 됐다고 짚었다. 증시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주체가 개인으로 넘어오기 시작하면서 개인수급이 몰릴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분석이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 국내증시가 지난달 말에 단기 고점을 형성한 후 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승추세는 유효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은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쥐가 구멍 속에서 목을 내민체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 수서양단(首鼠兩端)인 상황이다. 주요 지지선을 앞에 두고 상승과 추가조정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전개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서 각국 경제성장률 하락과 경기회복세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미국의 통화정책과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유로존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겹치면서 조정국면이 좀더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세계증시 상승세를 이끌던 미국증시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의 특이점은 올들어 주요 3대지수보다 상대적 강세를 보인 중소형주지수인 러셀2000지수의 급락이다. 올해 3월말 전 저점을 하회했다. 달러강세가 이어지며 내수중심의 중소형주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투자자들이 점차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미국 증시 모습은 코스닥시장의 최근 움직임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유로존의 모습도 불안하다. 그리스와 채권단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고 유로화 강세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조정을 불러온 것으로 판단된다.
5월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급락을 경험했던 5월은 팔고 떠나라는 월가의 격언처럼 좋은 기억을 남긴 사례가 적다. 5월 초반에는 대체로 공격적 매매보다는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며 차분해질 필요가 있어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중소형주가 조정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형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업종별로는 음식료, 화학, 철강, 전기전자, 유통, 전기가스, 은행, 보험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보인다.
코스피는 1차적으로 20일 이동평균선인 2119선을 지킬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선은 지난 1월22일 이후 주요 지지선이었기 때문에 이를 하회한다면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기술적 분석이다. 2차 지지선은 상승추세선으로 분류되고 있는 2090선 내외다. 단기적으로는 2090~2170선 내에서 움직임이 예상된다.
코스닥은 조정흐름이 좀더 이어질 수 있는 모습이다. 단기적으로 조정을 염두에 둔 시장대응이 좀더 필요하다. 주요 지지선은 60일선이 위치한 647선 내외이며 단기적으로 647~698선 사이의 움직임이 예상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국내증시에 조정국면이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특징은 수급주체는 외국인이지만 증시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주체는 개인이라는 점이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57.3%로 늘어나 지난 2011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고 최근 3개월 연속 50%를 넘어서는 등 개인거래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고객예탁금은 21조원을 돌파해 사상최대치를 기록 중이고 신용잔고 또한 증가하며 회전율이 상승하면서 풍부해진 유동성이 당분간 증시 거래대금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10년래 개인 거래비중 최고치는 지난 2009년 4월 기록한 66.6%로 현재 수준은 아직 과열로 논하기엔 이른감이 있고 최근 급증한 고객예탁금도 시총대비로 1.6% 수준이라 추가적으로 늘어날 여지가 있다.
조정국면이 잦아들기 시작하면 개인의 거래비중이 확대되고 외국인 매매비중 축소 강도가 점차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므로 수급과 관련된 전략은 개인의 매매와 관련된 전략이 점차 효과적으로 변할 것이다. 개인은 대체로 가격이 싼 저가주면서 변동성이 큰 종목을 주로 선호해왔는데 개인 거래 회복시기를 맞아 이러한 종목들의 강세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투자자들의 선호 패턴에 맞춰 향후 시장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들은 이익변동성이 높고, 초대형주가 아니면서 4만원 이하의 저가주,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비중이 낮은 종목이 될 것이다. 대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GS건설, 한진해운, 삼성엔지니어링, 아시아나항공, 쌍용양회 등의 종목이 이 조건에 들어간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