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 그대로였다. 역대 최고 대전료(약 2698억원)가 무색해졌다. 무패의 챔피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ㆍ미국)는 '맞지 않는 경기'를 했고, 점수를 쌓는 모법답안을 제시한 끝에 승리했다.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3일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복싱협회(WBA),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에서 필리핀의 영웅 매니 파퀴아오(37)를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이겼다.
승리의 세리머리를 펼친 메이웨더에게 팬들은 환호보다 야유를 보냈다. 따분하고 지루한 경기에 대한 불만이다. 복싱 전설들도 아쉬워했다. 세계를 호령했던 '골든보이' 오스카 델라 호야(42ㆍ미국)는 트위터에 "복싱팬들에게 미안하다"고 썼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49ㆍ미국)도 "이런 경기를 보려고 5년 반이나 기다렸다니"라며 실망을 표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두 선수는 30대 후반이다. 전성기가 한참 지나 체력을 비축하며 싸워야 했다. 더구나 메이웨더는 전형적인 아웃복서다. 이날도 치명타보다 점수를 잃었다 싶으면 펀치를 뻗고 외곽을 맴돌았다. 인파이터에 가까운 파퀴아오는 메이웨더를 거칠게 다뤄야만 승산이 있었다. 그러나 풋워크는 크랩 가드와 숄더룰을 무용지물로 만들 만큼 현란하지 못했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어깨 부상이 있었다"는 어설픈 핑계도 댔다.
메이웨더도 말만 번지르르했다. 경기 전 그는 "내가 무하마드 알리(73ㆍ미국)보다 위대하다"고 했다. 입증하지는 못했다. 안전한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복싱 인생 마지막 명승부가 될 수 있던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다. 복싱계도 내리막을 걸을 위기에 빠졌다. 요란한 빈 수레에 프로복싱의 지위를 위협하는 종합격투기(MMA) 인사들만 신이 났다. 로렌조 퍼티타(47ㆍ미국) UFC 회장은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샐러드만 나온 격"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미들급에서 뛰는 크리스 카모지(29ㆍ미국)도 "두 선수의 얼굴에 상처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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