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ㆍ러 국방장관회담에서 러시아가 군사협력 부문에서 남한과 북한을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불참키로 한 것과 관련, 방공미사일 S-300 구매 실패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무기교류가 전무하던 우리 군과는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봉황(鳳凰)위성TV는 2일 러시아 특파원발 보도에서 러시아 군사전문가를 인용, 북한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1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러시아측에 S-300 4개 포대 구매를 제안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방러 취소는 북한의 무기와 차관 요구에 러시아가 적극적인 답변을 주지 않은 것과 큰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의 물물교환 방식의 미사일 구매 요청에 러시아는 현금거래를 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S-300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깰 수 있어 중국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S-300은 러시아가 구소련 시절 개발해 줄곧 개량해온 전투기 및 크루즈 미사일 격추용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상당히 효율적인 무기로 평가받는다. 러시아는 한반도와 인접한 극동 지역에 첨단 방공 미사일 시스템 'S-400 트리움프(승리)'를 실전배치하기도 했다. S-400 트리움프는 S-3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의 개량형으로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배치됐다. S-400은 600km 거리에 있는 적의 전투기, 순항 및 탄도 미사일 등을 포착해 60~400km 거리에서 격추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극동 지역에 첨단 방공 미사일 부대를 배치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러시아와 우리군 과의 접촉은 잦아지고 있다. 러시아가 본격적으롸 우리군에 자국의 무기를 구매요청한 것은 2005년부터다. 당시 러시아는 모스크바에서 윤광웅 장관과 세르게이 이바노프 장관은 국방장관회담에서 자국산 무기를 구매해 줄 것을 우리측에게 집요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바노프 장관은 특히 '국가 경제력'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면서 북한이 옛 소련 시절과 달리 구매국으로서 매력이 없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열악한 경제상황으로 인해 북한이 러시아산 무기를 더 이상 구매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업무를 주로 맡는 무관부를 아예 폐쇄해 버렸다는 얘기다. 북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 2001년 4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양국간 '방위산업 및 군사장비 분야 협력 협정'을 체결했지만 그 이후 두 나라 사이의 방산협력이 아주 미미한 수준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시 북한과 러시아가 S-300 지대공 미사일, 대공레이더 항법시스템 등 10여종의 러시아제 첨단무기를 북측에 판매하는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첩보가 나돌기도 했다.
정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러시아에 제공한 차관 20억달러(이자 포함)를 돈 대신 러시아제 무기로 받는 불곰사업을 1차(1996∼1999년)와 2차(2003∼2006년)에 걸쳐 진행했다. 당시 우리 군은 러시아제 T-80U 전차, BMP-3 장갑차, 무레나 공기부양정를 도입했다. 이들 무기를 러시아군과 우리 군이 같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러시아군이 불곰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군에 넘긴 무기의 부품을 다시 사가기 위한 방문으로 불곰사업 이후 첫 사례다.
러시아군은 보유하고 있는 BMP-3 장갑차 등 부품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자 정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러시아군은 지난해 말 부품보유 여부를 우리 군에 문의하고 이번 방한기간에 되살 수 있는 부품을 확인할 예정이다. 러시아에서 요구하고 있는 부품은 580여개로 14억원어치다.
우리 군은 러시아군이 요구한 부품을 되팔고 돈 대신 불곰사업때 들여온 T-80U 전차 부품 전차장 조준경 등 14억원어치에 해당하는 167개품목을 받아올 예정이다. T-80U 전차의 부품도 러시아현지에서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군과 서로의 필요부품을 확인하고 계약조건이 맞는다면 올해 하반기 안에 대상품목을 러시아와 물물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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