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타델 간지 2주만에 핌코 자문까지…'특혜' 시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세계 최대 채권투자사인 핌코의 자문을 맡게 됐다. 취업제한이 풀리며 헤지펀드 '시타델' 자문역으로 취업한 지 2주만이다. 금융관료가 퇴임 후 월스트리트 금융사에 둥지를 트는 '회전문 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버냉키 전 의장이핌코의 선임 자문역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핌코에 Fed의 정책이나 투자에 관한 조언을 제공하고, 고객대응도 맡게 된다. 핌코가 운영하는 채권펀드 규모도 1조5000억달러(약 1600조원)에 달한다. 지난 16일에는 250억달러(약 26조7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 시타델이 헤지펀드 그를 자문으로 영입했다.
버냉키 전 의장이 자문역으로 받는 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1회 강연료가 의장 보수에 맞먹는 20만달러(약 2억1300만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미국 금융 관료들이 퇴임 후 월스트리트에서 여러 직함을 꿰차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Fed에서 18년간 재직하다 2006년 물러난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핌코와 도이체방크, 폴슨앤코에서 자문ㆍ고문 등을 맡으며 천문학적 보수를 받았다. 제레미 스타인 전 Fed 이사는 헤지펀드 '블루마운틴'에, 피터 오재그 전 미국 백악관 예산국장은 씨티그룹에 안착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장관은 퇴임후 사모펀드인 워버그 핀커스의 회장직을 맡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버냉키의 핌코 입성은 월스트리트와 워싱턴 사이의 흔한 회전문 인사 사례 중 하나일 뿐"이라며 "버냉키만을 비난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간 금융회사에서 관으로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메리 조 화이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월가 금융회사의 변호를 맡은 대형 법무법인 '드베보이즈 앤 플림튼' 출신이다. 도이체방크 고문변호사 출신인 로버트 쿠자미도 증권거래위원회(SEC) 집행국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이같은 회전문 인사는 금융관료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이보다는 월가와 금융당국 간의 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훨씬 높다. WP는 "공직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너나할 것 없이 (그 경력을) 월가에 파는 것은 다소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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