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예년보다 이른 더위로 호텔업계가 앞다퉈 고가의 빙수 제품을 선보이며 '작은 사치'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딸기뷔페의 흥행으로 식음료를 즐기러 호텔을 찾는 젊은 고객이 증가한 것도 호텔들이 빙수 프로모션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고급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보다 비싼 가격을 두고 '지나친 고가마케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특급호텔에서 판매되는 최고가 빙수는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돔 베리뇽 빙수'로, 가격은 8만원이다. 지난해 호텔 오픈과 함께 첫선을 보였던 제품으로, 가격은 전년보다 5000원가량 인상됐다. 럭셔리 샴페인 '돔 페리뇽 2004'로 만든 셔벗과 솜사탕을 올리고, 식용 장미잎과 금가루 등으로 꾸미는 등 최고급 재료가 사용됐다. 시나몬 크럼블, 화이트 초콜릿을 입힌 딸기 등도 곁들여져 함께 맛볼 수 있다. 이 호텔에서는 베리유자, 망고, 초콜릿앤커피 빙수도 각각 4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블루베리앤딸기, 망고, 초콜릿 등 빙수는 2만8000~3만2000원 사이에 판매 중이고, 파크 하얏트 서울도 빙수 콤비네이션(4만2000원), 베리빙수(3만8000원), 허니빙수(3만6000원) 등을 선보이고 있다. 콘래드 서울의 망고빙수와 팥빙수도 4만원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롯데호텔 서울 애플망고 빙수(3만9000원)와 전통 팥빙수(3만2000원)가, 켄싱턴 제주 호텔도 제주에서는 눈 덮인 한라산을 형상화한 제주 한라산 빙수(3만9000원)의 판매를 시작한다. 더플라자 호텔은 베이커리 에릭케제르를 통해 얼그레이, 초코볼, 열대 과일 등 특이 식재료로 맛을 낸 팥빙수를 8500원에 선보인다. 이 밖에 '고급 빙수'의 원조 격인 신라호텔은 지난해 4만2000원짜리 망고빙수를 선보였으나 올해 판매 시기와 가격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고급 식재료를 감안하더라도 디저트 단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한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식재료 가격을 반영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높은 가격을 오히려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제빙기를 들인다거나 하는 호텔 측 투자비용도 빙수 가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관례가 있다"면서 "일반 프랜차이즈에서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애플망고의 경우 출하 시기에 따라 ㎏당 10만원 이상까지 가격이 치솟는 등 고급 식재료 탓에 불가피하게 높은 가격대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소 비싼 값에 팔더라도 고객에게 최고급 제품을 선보인다는 것이 호텔 측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호텔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20% 이상 빙수가격을 올리는 호텔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식음료의 진입장벽을 낮춰 호텔의 잠재고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