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수원대가 대학적립금을 쌓아둔 채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자하지 않아 학생들에 등록금을 환불하라는 판결을 처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교육투자와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원대는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에서 46명의 재학생에게 등록금 중 30만~90만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신축공사비 등을 이유로 대학이 이월·적립금을 늘렸지만 실험실습비나 교육비 환원율, 전임교원확보율이 전국 평균에 크게 못미친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였다. 재판부는 "대학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등록금 일부를 위자료로 인정했다"며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 적립금은 지난 2000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대학 적립금은 2013회계연도 기준 11조 8000억원으로 2000년 3조 9000억원에 비해 세 배 가량 증가했다. 그 중 수원대는 201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적립금 규모 4위다. 이화여대가 8207억원으로 가장 많고 연세대가 6651억원, 홍익대가 6641억원으로 수원대보다 적립금 규모가 크다.
이같은 '적립금 쌓기'를 두고 대학들은 적립금 목적에 대한 투명성이 확실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적립금을 많이 쌓아놓는 건 전국에 20여개 대학의 사례"라며 "모든 대학이 전부 거액의 적립금을 쌓아두는 것처럼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적립금을 쌓을 땐 목적에 대한 규정이 충분히 있고 비교적 운영이 유연한 기타적립금도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수천억원대의 적립금을 두고서도 등록금 인상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관은 "일부 대학들이 최근 몇년간 이유 없이 적립금을 과도하게 늘린 상태"라며 "적립금을 줄여 교육 환경 투자를 늘리거나 등록금을 인하하는 등 합리적으로 운영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도 나섰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동은 걸지 못한 상태다. 2013년 12월 교육부는 국회에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학교법인의 기타적립금 항목을 특정적립금으로 바꿔 적립금의 목적을 분명하게 만들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 법안소위에 회부된 후 아직까지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재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취지인 만큼 적극적으로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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