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 감독 "남자보다 강한 여성들 내세워 모계사회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영화 '차이나타운'은 충무로에서 드물게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된 범죄 드라마다. 지하철 10번 보관함에서 버려진 채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흘러들어가게 된 '일영'과 일영을 거둬들이고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며 살아가는 '엄마'의 이야기가 무겁고, 또 어둡게 펼쳐진다.
영화에서 '일영' 역을 맡은 김고은은 전작 '몬스터'에 이어 이번에도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피비린내 나는 차이나타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쓸모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는 '일영'이지만, 악성 채무자의 아들 '석현'을 만나는 순간, 뜻하지 않게 일탈을 꿈꾸게 된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엄마' 역의 김혜수는 하얗고 부스스한 커트 머리와 거무스름한 피부, 보형물을 채워 넣은 뱃살과 엉덩이 등으로 색다르게 변신했다.
2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차이나타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초반부터 보여주면 관객들에게 편견을 심어다줄 것 같았다"며 "일반적이지 않은 다소 이상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연을 맡은 김혜수는 "정서적으로 힘든 영화"이며 "영화를 결정하기 전까지도 마음이 힘들었지만 결정하고 나서는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개입하지 않고 '엄마'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촬영 전 2~3시간 동안 분장을 할 때 이상한 흥분이 밀려오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 촬영장에 첫 발을 내디딜 때마다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엄마'는 큰 액션 장면은 없지만, 눈빛과 말투만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며, 짧은 대사에도 카리스마를 담아야 하는 역할이다. 김혜수는 "이 같은 분장 자체도 생경한 경험이었고, 강렬한 캐릭터에 배우로서는 도전의 욕망이 생겼다. 초반에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일영' 역을 맡은 김고은은 "따로 참고한 캐릭터나 영화는 없었고, 사전에 감독과 많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며 "전작들에서 많이 훈련을 받아서 그런지 액션이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차이나타운'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엄마'와 '일영'의 관계다. 유사 모녀지간인 이 둘이 서로에 대한 애증과 갈등 상황을 키우며 영화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이 부분에 대해 김혜수는 "'일영'과 '엄마'는 물리적인 (모녀)관계는 아니지만, 같은 운명의 궤를 가지고 살아간다"며 "'엄마'로서는 '일영'이 내 후대를 책임질 아이라는 생각을 일찌감치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남자들의 대립으로 이끌어가는 액션 영화를 두 여배우를 내세운 것에 대해 한 감독은 "기본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욱 강력하다고 생각하며, 모계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엄마'의 액션 장면이 없는 것과 관련해서는 "'대부'의 돈 콜레오네 역시 별다른 액션이 없다. 몸으로 하는 행위만이 장르의 폭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밖에 '엄마'의 오른팔인 '우곤' 역에는 엄태구, '일영'을 흔든 남자 '석현' 역할에는 박보검, '엄마' 밑에서 자라나 독립한 '치도' 역할에는 고경표 등이 출연한다. 29일 개봉.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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