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국부펀드 주식 매도규모 2013년 11월 이후 최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홍콩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차익 실현이 이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후강퉁을 통해 홍콩 주식을 매집하고 있는 것과 반대 행보를 기관투자자들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사모펀드 호니 캐피털은 지난 18일 중국 CSPC 제약의 지분을 매각해 13억달러를 현금화했다.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은 하이얼 전기그룹 지분을 4억2400만달러에 매각했다.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16일 하이얼 주가는 6.8% 급락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중국 의류업체인 코스모 레이디 차이나 홀딩스 지분을 줄였다.
사모펀드와 국부펀드의 이번달 주식 매도 규모는 34억달러로 2013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2013년 11월 당시 매도 규모가 36억달러 정도여서 이번에 당시 매도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 과열 논란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하이퉁국제증권 그룹의 앤드류 설리번 이사는 수익을 실현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주식 매수 열기가 뜨거운만큼 매도자 입장에서는 비싼 가격에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 6주간 32.3%나 오를 정도로 폭등 흐름을 보이면서 홍콩 증시도 덩달아 시세를 분출하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는 이달 들어 10.7% 올랐으며 중국 본토기업들로 구성돼 있는 H지수는 무려 17.8% 폭등했다. 홍콩 주식시장 거래량은 지난 9일 사상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3년 11월 당시에도 홍콩 증시가 단기간에 큰폭 상승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이뤄졌다.
펀드만 홍콩 증시에서 매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중국 친다 자산운용의 지분을 매각해 2억4500만달러를 챙겼다. 텐센트 홀딩스의 마화텅 회장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총 4일에 걸쳐 텐센트홀딩스 주식 2511만주를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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