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측이 관련 자료를 은폐한 정황도 포착돼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가 이완구 국무총리 등 기존 8인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 전 만났던 정ㆍ관계 인사들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다만 경남기업 측이 관련 자료를 은폐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20일 검찰과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의 정계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실의 방문객 기록을 국회에서 제출받았다. 검찰이 확보한 출입 기록은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6월부터 성 회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돼 당선 무효가 된 2014년 6월까지 2년간이다.
검찰은 이를 통해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전화 인터뷰로 홍문종 의원(2012년 대선), 이완구 국무총리(2013년 4월 4일)에게 뒷돈을 건넸다고 한 주장이 맞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또 경남기업 전 부사장 윤모씨(52)가 2011년 6월 홍준표 의원(현 경남지사)에게 돈을 줬다고 말한 내용의 사실여부도 파악할 계획이다.
검찰이 성 전 의원실 출입기록 전수 조사에 나서며 수사가 '리스트'에 오른 8인 외에 광범위한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팀은 출범하며 "(수사 대상을) 리스트에만 한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이 8인뿐 아니라 정ㆍ관계에 광범위하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를 검찰이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검찰은 성 전 회장의 행적을 중심으로 연루된 정계인사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성 전 회장이 타던 차량을 압수수색해 하이패스 기록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어디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검찰 수사는 경남기업 측의 증거인멸 탓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에서 압수한 회사 내부 CCTV 녹화파일과 컴퓨터 등을 분석한 결과 파일의 상당 부분이 지워졌거나 CCTV 녹화가 안 된 사실을 파악했다. 또 증거인멸이 회사 내부 지시로 이뤄졌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를 실무자 등을 상대로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디지털 자료에 삭제된 흔적이 꽤 있다"이라며 "증거를 은닉, 폐기하는 행위나 시도가 포착될 경우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주 2013년 재보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이완구 총리의 선거캠프 회계책임자에 대한 소환 일정을 조율해 참고인 신분으로 부를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인 금모씨, 박 전 상무, 이용기 경남기업 홍보부장 등을 소환해 그의 정계로비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남기업의 재무관리를 담당했던 한 전 부사장과 전 전 상무,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언론인 출신 윤 전 부사장도 소환할 계획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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