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처벌 전무…'유병언'에만 집중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퇴선 방송을 하거나, 해경 직원들에게 퇴선을 유도하도록 지휘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목포해경 123정 정장 김경일 전 경위 1심 재판부)
세월호 침몰 보고를 듣고 가장 먼저 출동한 목포해경 123정은 승객에게 퇴선방송을 하지 않았다. "당황해 깜빡 잊었다"는 정장 김경일(58)경위의 해명. 세월호를 탄 476명 중 스스로 판단해 배 밖으로 빠져나온 172명만이 살아남았다. 배 안에 남아 있던 단원고 학생 250명을 비롯해 모두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세월호 참사 1년, 승객구조의무를 망각한 해경과 '부실 덩어리' 세월호가 운항하도록 묵인한 당국자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됐을까.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퇴선 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목포해경 123정 정장 김 경위는 1심에서 법정구속됐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구조 당시 퇴선 방송을 했다고 거짓말을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선고받은 형기는 징역 4년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민간 구난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와 유착 탓에 일감을 몰아주려한 해경 고위직 3명에 대한 재판은 이제서야 시작됐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최상환 전 해양경찰청 차장 등 3명은 기소된 이후 지난해 12월 관할 문제로 재판이 4개월 동안 중단됐었다. 지난 13일에야 1심 공판이 재개됐다. 이들은 지난해 직위해제돼 있다.
급변침 등 세월호 항적 이상 징후를 적절히 파악하지 못해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진도 VTS 관제 담당자 13명은 직무유기죄 등으로 1심 재판에서 벌금형~징역10월의 처벌을 받았다.
세월호의 복선화 면허를 인가하고 운항관리규정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전직 청해진해운 간부와 전직 인천항만청 관계자, 인천해경 관계자 등 8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6월~5년을 선고받았다.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한국선급 목포지부 선체 검사원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세월호 사고 구조의무를 망각한 책임을 묻는 사법처리에 해경 차장급을 제외하고 고위직은 전무하다. 이 때문에 사법처리 결과가 '꼬리자르기'식 면피용이라고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123정장과 진도VTS 관제담당자들을 제외하고 정부의 총체적 구조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수사는 없다"고 말했다.
임제혁 변호사도 "사고 구조가 제대로 되지 않은 1차적 책임은 국가에게 있다"면서 "다른 사고들이 지는 국가 책임을 '유병언 이슈'로 개인화하고, 국가의 구조 의무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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