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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옆 피자 파티…같은 국민이라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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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끝>실종된 시민윤리…1년의 소용돌이에도 우린 달라지지 않았다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김철현 기자] 세월호는 국민적 슬픔과 공감, 책임 통감, 그리고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책무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사고 원인과 구조, 사후 대응을 놓고 진영논리가 맞서면서 한국 사회에 균열이 깊어졌다. 이렇게 된 데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을 통해 허위 사실과 극단적인 상황을 퍼뜨린 몰지각한 일부 사람들도 한몫 했다.


정모(29) 씨는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해 4월17일 일베 사이트 게시판에 "죽음 직전 본능으로 펼쳐지는 광란의 섹스 현장"이라는 허위 내용을 올렸다. 그는 또 "(세월호) 시체 갖고 와서 OO하고 싶다"는 등 내용의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자신이 거주하던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저지른 일이었다. 그는 정보통신법 위반(명예훼손ㆍ음란물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엄벌이 필요하다며 실형을 선고했지만 정 씨측은 항소했다. 그러나 2심과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과 징역 1년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존엄적 가치를 심각하게 우롱하는 것이어서 당시 구조를 염원하던 피해자들의 가족과 모든 국민에게 치유되기 어려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김모(20) 씨는 '친구를 먹었다'는 제목으로 글과 함께 안산 단원고 교복 차림으로 한 손에 어묵을 든 사진을 일베에 올렸다. 그는 이 게시물이 문제가 되자 삭제했지만 단원고 교장과 4ㆍ16가족협의회는 지난 1월 말 "작성자를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지난달 초 김모 씨를 모욕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일베뿐만이 아니다. 가족들이 구조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던 순간에 선체 내부에 생존해 있는 학생이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가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이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봤지만 이는 거짓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실종된 시민윤리는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으로도 나왔다. 지난해 9월 6일 광화문 광장. 피해자 가족들이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을 하고 있던 이곳에서 눈살 찌푸려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일베와 자유대학생연합 회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농성장 인근에서 피자 파티를 벌인 것이다. 그들은 거리낌이 없었고 오히려 당당했다.


일련의 사건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시민의식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패륜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는 이도 결국 시민이었고 이를 지적한 이도 시민이었다. 이날 피자 100판 을 돌린 사람은 개인 사업가라고 밝힌 50대 남성 이모씨였다고 한다. 치킨과 피자를 손에 든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었고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꾸준히 단식 농성장을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하지만 이날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100여명의 시민들은 하루 단식에 동참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폭식 투쟁'에도 분개했다.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다" "꼭 이곳에서 음식을 먹어야겠냐"며 질타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또 이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수많은 글들이 SNS에 게재됐다.


이날 광화문에서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던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김학준씨는 2014년 서울대 사회학 석사학위 논문에서 일베를 배태시킨 기저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베 이용자들이 '공감' 능력이 없다고 보는 데 대해 "그들은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보다는 잠수 요원들과 대통령 등 정부측 인사들에게 더 많은 공감과 지지를 표명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와 같은 일베 이용자들의 '전도된 공감'은 "스스로의 위치를 패배자로 상정할 수 없는 상상력의 결여에서 나온다"며 이는 "약육강식과 우승열패를 내면화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받고 자기계발하는 주체들인 '20대'의 멘탈리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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