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결제 통화로 바스켓 제도를 채택하고 자국의 위안화를 이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약 60개국이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해 그 영향력을 확인한 AIIB가 위안화를 포함한 통화 바스켓 제도를 채택하면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후 이판 하이퉁(海通)국제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수년간 논의에도 자체적인 통화 바스켓을 구축하지 못했다"며 "AIIB가 통화 바스켓 구성에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SCMP는 중국이 위안화가 포함된 통화 바스켓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AIIB 창립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선 달러를 결제 통화로 사용토록 한 뒤 점진적으로 위안화 사용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잡지 신시선(新視線)도 전날 AIIB의 결제 통화로 통화 바스켓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신시선은 결제 통화로 달러화, 위안화, 통화 바스켓의 세 가지 선택사항이 있다며 이 중 통화 바스켓이 가장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어쨋든 중국은 궁극적으로 AIIB의 결제통화로 위안화를 채택해 위안화의 국제화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계산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AIIB가 그동안 미뤄졌던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사회는 지난 2010년 IMF 자본금을 두 배로 늘리고 신흥국 지분율을 늘리는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미국은 그동안 개혁안 승인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AIIB, 브릭스 은행 설립을 서두르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해 되레 미국에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꼴이 됐다. 결국 미국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IMF 내에서 신흥국의 입장을 좀더 수용해 중국 견제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5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G)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IMF 개혁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내달 개최될 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 편입 심사도 주목거리다. SDR은 IMF 회원국이 외화 부족으로 위기를 맞을 때 담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가상의 국제준비통화다. 현재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만 바스켓에 편입돼 있다.
IMF는 5년마다 SDR 통화 바스켓 편입 심사를 진행한다. 2010년 심사 때 IMF는 위안화의 SDR 편입 방안을 검토했지만 환율시스템의 자유화 기준 요건을 충족하지 못 했다며 편입 불가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IMF는 SDR 통화별 가중치만 변경했는데 달러 비중이 종전 44%에서 41.9%로, 엔 비중이 11%에서 9.4%로 준 반면 유로 비중은 34%에서 37.4%로, 파운드 비중은 11%에서 11.3%로 확대됐다.
IMF의 SDR 통화 바스켓 편입 심사 결과는 오는 11월 발표된다.
한편 중국 재정부는 AIIB의 창립 회원국이 57개국으로 정해졌다고 발표했다. 창립 회원국 57개국은 연내 운영 개시를 목표로 오는 6월 말께 출자 비율 등을 정하고 설립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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