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과의 결별, 참 쉽지 않다. 매 번 가는 식당이, 매 번 가는 길이, 매 번 신는 신발이 편하다. 변화는 두려움을 수반한다. 따라서 그 두려움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 변화보다 익숙한 것을 다시 찾게 된다. 설령 지금 익숙한 것이 미래에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할지라도.
그 어느 때보다 변화를 많이 이야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변화하는 삶과 그 삶에 적응해야 함을 강조하는 내용이 하루에도 몇 개씩 등장하니 말이다. 그 덕분에 사람들의 의식도 그에 따른 행동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 쉽게 변하지 않는 부분이 금융투자부분에서 눈에 뜨인다.
금융투자에서 해외자산보다 국내자산을 더 선호하는 성향을 '국내자산선호편향'이라고 한다. 세계 60개국, 각국의 국내자산선호편향을 비교한 논문에 의하면 우리는 터키 다음으로 국내자산선호편향이 높다고 한다. (미 크리스토퍼 앤더슨 교수 외 3인)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국내 주식과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채 2%도 되지 않는 상황임을 놓고 보면, 익숙한 우리 시장에 대한 편중된 선호가 과연 변화하는 미래의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지난 해 우리나라 간접운용 펀드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였다고 한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등 연금자산을 위한 글로벌 투자는 고작 1%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연금자산 글로벌 투자는 국내투자와 마찬가지로 과세 이연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일까? 필자는 교육의 부재, 이로 인한 투자자의 편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2012년 8월 중국 상해 FPSB (Financial Planning Standard Board) china를 방문했을 때이다. 그 당시 중국의 경제성장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낮은 금리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95% 이상은 자산축적과 증식의 수단으로 은행 예적금을 이용한다고 하였다. 그들이 투자를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무지'였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의 국민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함을 인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의 상황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기준금리 1% 시대, 인생 재무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투자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경제, 금융환경 하에 놓여 있음에도 아직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특히 연금저축의 경우는 여전히 공시이율에 연동되는 연금보험이 전체 가입자의 약 90% 이상 차지한다고 한다.
은퇴자산을 위한 장기투자에서 수익률 1,2%가 얼마나 중요할 수 있는지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혹은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익숙한 것과의 결별, 혹은 투자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낮은 금리보다 더 두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조금씩 변해야 할 것이다. 투자에 관대해야 하고, 우리 시장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생각의 변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먼저 올바르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올바른 투자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박원주 행복가정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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