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50대 직장인들의 은퇴 후 목돈 들어갈 곳 가운데 가장 걱정되는 자금은 '자녀결혼비용'이라고 한다. 신혼부부 한 쌍의 평균 결혼 비용 2억3798만원(물론 한 웨딩 업체의 조사로 모든 신혼 부분의 비용으로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거의 은퇴 시기과 함께 찾아온 자녀를 위한 목돈 지출은 부모의 은퇴 후의 삶을 힘들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녀의 결혼 비용 부담은 부모의 몫일까? 우리의 전통적 사고방식은 '그렇다'일 것이다. 자녀의 대학 등록금 마련부터 스스로 준비하게 하는 미국의 경우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부모는 자녀의 결혼 비용을 마련하느라 허리가 휘는데 정작 자식은 부모의 그 어려운 속사정을 헤아리지 못한다. '부모가 자식의 결혼비용 때문에 힘들어 하셨다' 라는 응답보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신혼부부가 더 많다고 하니 말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와 같은 아버지(즉 자식세대가 아닌 본인 세대가 힘든 세상의 풍파를 겪은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는 이제 서서히 변해야 한다. 자식이 앞으로 겪을 삶의 무게 못지않게 부모 은퇴 후의 삶의 무게가 무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와 자녀 쌍방 모두 이러한 삶의 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먼저 부모가 자식을 위해 해야 할 역할부터 생각해보자.
첫째, 인식을 돕는 것이다. 어린 자녀에게 변화하는 삶을, 그 삶에서 야기될 수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그 문제점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짐이 왜 중요한지 인식시켜주는 것이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삶이 결국 서로를 힘들게 할 가능성이 높음을 인식시켜주는 것이다.
둘째, 경제, 금융, 투자교육에 힘써야 한다.전 세계 인구의 고작 0.2%, 한국 평균 IQ보다 12점이나 낮은 , 그러나 전 세계 노벨상 수상자의 24%를 차지하는 유대인들의 성공비결을 종종 교육에서 찾는다. 그들이 행하는 중요한 교육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특히 '돈'교육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13세에 치러지는 유대인의 성인식 '바르미쯔바', 그 아이를 위해 지인들이 모은 한 푼 두 푼은 그 아이가 평생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자금이라고 한다. 그 자금을 그들은 평생을 위한 중요한 투자재원으로 생각하고 부모와 함께 상의하여 잘 관리한다. 이 자금을 스스로 투자하는 과정을 통하여 그들은 '돈'을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재원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앨런 그린스펀 미 경제학자는 영어 수학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금융, 투자교육이라 했다.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부모 스스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일정한 소득 없이 살아가야 할 삶이 생각보다 많이 길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자식 결혼 비용 보태느라 달랑 남은 집 한 채 줄여 비용 써 버리면…. 국민연금조차 가입하지 않은 50대 자영업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 나마 남은 자산, 주택으로 주택연금 받아 생활해야 할 텐데, 그 재원조차 줄이면 그들의 은퇴 후의 삶이 참 괴롭다.
생각하자. 자식이 앞으로 겪을 삶의 무게를 조금 가볍게 해 주고자 희생한 부모의 삶은 더 괴로울 수 있음을, 이는 사랑하는 자식의 눈에 눈물 나게 할 수 있음을 말이다.
글=박원주 행복가정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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